정치권 자리 싸움에 등터졌나...외풍이 만든 소용돌이에 휘말린 KT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자산 규모 41조 원, 재계 순위 12위인 KT가 외풍이 만든 소용돌이에 휘말려 풍전등화와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구현모 현 대표가 세 번의 도전 끝에 중도 포기하고 뒤를 이은 윤경림 후보마저 주주총회를 나흘 앞두고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KT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됐다.
![]() |
▲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출입구 [사진=연합뉴스] |
27일 KT에 따르면,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KT는 "윤 사장이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앞서 사의를 밝힌 뒤 이사진이 이를 만류했지만 고심 끝에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의 후보 사퇴로 오는 31일 열리는 KT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된 제1호 의안인 대표이사 선임 안건도 폐기됐다.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은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까지도 전망됐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와 함께 사내이사 후보 중 윤 사장이 추천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도 무효로 처리돼 각각 안건이 폐기됐다.
여권에서는 윤 사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사장이 구 대표의 '아바타'라며 최측근임을 부각하고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이권카르텔'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윤 사장은 최종 후보로 결정된 직후 지배구조 개선 TF 구성 요청과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KT로 끌어당기는 등 여권의 입맛을 맞추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들이 모두 사퇴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외압에도 꿋꿋이 버티던 윤 사장이 사퇴한 배경에는 자신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한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사장은 과거 현대차 임원 재직 시절 구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던 기업에 현대차그룹이 투자하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두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친형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는 "현대차가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2021년 7월 당시 윤 후보가 투자 의사 결정과 관련된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 |
▲ 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 [사진=KT 제공] |
구 대표에 이어 윤 사장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KT의 수장 자리는 장기간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KT는 CEO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그룹 인사와 조직 개편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이 사실상 모두 멈춘 상태다.
재계 12위의 KT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자산 규모는 41조 원, 매출액은 25조 6500억 원에 달한다.
관치 의혹과 함께 외풍에 휩싸인 KT에 대해 국내 대표 통신기업으로 민영화 21년을 맞았음에도 여전히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낙하산 논란을 비껴가지 못한다는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KT 새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KT 이권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구 사장과 윤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설이 나도는 와중에 사외이사들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영 공백을 넘어 기업지배구조 붕괴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권 카르텔이 정권 낙하산에 의한 정권카르텔로 변질돼 사외이사부터 정권 입맛대로 구성되고, 대표이사도 정치권 낙하산 통신 문외한으로 앉혀진다면 KT는 회복 불가능하게 주주, 고객, 노동자로부터 외면당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