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의견 대다수, 매도 0건, 투자의견 하향도 일부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두산그룹(회장 박정원) 지배구조 개편안에 주주들은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주주들은 적자기업와 합병해 주가가치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는 입장으로 증권가 리포트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또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3곳이 엮여 있는 상황인 만큼 주가가치 예측이 쉽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증권가 호평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 |
▲ 분당 두산타워/ [사진=두산그룹] |
현재 두산밥캣의 대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다. 두 회사의 소액 주주들은 두산그룹의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 분할해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개편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밥캣은 지난해 연 매출액이 10조원에 육박한 두산그룹의 '캐시카우'다. 반면 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30억원으로 매년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두 기업의 가치가 비슷한 평가를 받는 셈이다. 밥캣과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비율은 1대 0.63으로 밥캣의 주가가치 희석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주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한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서 두산밥캣 주주로 추정되는 극 작성자는 “날강도중에 날강도 당해 비탄함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작성자는 “자본주의 법 약자와 강자 사이( 우리나라 대기업 중 기업 소기업 모두) 하루 빨리 법 개정해서 절대로 날 강도 짓 못하게 법 개정 촉구해요”라며 “비탄하고 비탄한 현실 이게 대한민국 도둑 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두산 합병에 대해 ‘날강도’ 발언은 이미 한차례 나온 바 있다. 두산밥캣 기관 투자가 미국계 펀드 테톤캐피탈의 션 브라운 이사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런 날강도(같은 짓)도 생길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주주들과 다른 밝은 전망을 주로 내놓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이 사업구조 재편을 발표한 지난 11일부터 29일까지 이들 3개사에 대한 매도 의견 제시 리포트는 0건이었다. 대부분은 매수 일색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매수 의견은 총 4건으로 집계됐다. 두산밥캣에는 매수 2건, '단기 매수' 1건, '보유' 의견 2건이 제시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5일 '분할합병 오해 마세요. 좋은 겁니다'라는 제목의 두산에너빌리티 보고서를 냈다. 에너빌리티 주주에게는 떼어주는 밥캣보다 받는 로보틱스 주가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유리한 거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증권가는 체코 원전 수주에 따른 수혜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지배구조 이슈 극복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나왔다. 하지만 두산밥캣은 최근 29일 7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두산밥캣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담은 리포트도 일부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두산밥캣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다. 삼성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이번 변화가 두산밥캣의 재무와 영업활동에 미치는 효과가 모호하다", "두산밥캣 주가는 당분간 손익보다는 그룹 구조재편 관련 이슈들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등의 지적을 내놨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중장기적으로 합병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주주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업종 구분 없이 혼재된 사업들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끼리 모아 클러스터화하는 게 이번 사업 재편의 목적”이라며 “재편 대상인 3사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