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규모·위험 선호 비율 부담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고위험·고수익’ 전략 확대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무디스는 지난 24일 한국투자증권의 장기 외화 표시 기업 신용등급과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으로 내렸다. 이는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기 신용등급 역시 ‘Prime-2’에서 ‘P-3’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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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증권] |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이 점차 고위험·고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회사의 위험 선호 비율은 24.5%로, 경쟁사 평균인 20%를 웃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한 단계 높은 ‘Baa2’를 유지하고 있다.
발행어음 규모 역시 문제로 꼽혔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174%인 18조원에 달해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단기자금을 장기 기업금융이나 벤처투자에 투입하는 구조로 인해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거버넌스 평가도 한 단계 떨어졌다. 무디스는 위험 선호 확대와 만기 불일치가 재무 전략과 리스크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거버넌스 점수를 ‘G-2’에서 ‘G-3’로, 종합신용도영향점수(CIS)를 ‘CIS-2’에서 ‘CIS-3’로 낮췄다.
다만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됐다.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원 가능성과 높은 수익성이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무디스는 동종사 대비 공격적인 전략 탓에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최근 8개 반기 동안 세전 이익 변동성은 66.9%로 경쟁사보다 높았다.
향후 개선 여지도 언급됐다. 무디스는 위험 선호 비율을 20% 수준으로 축소하고, 레버리지를 6배 미만으로 유지하며, 장기 자금 조달 구조를 강화할 경우 등급 상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위험 선호가 40% 이상으로 확대되거나 레버리지가 15배를 넘고 이익 변동성이 확대되면 추가 하향도 배제하지 않았다.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은 자산 기준 국내 2위 증권사이자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이나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조정은 최근 업황과 사업구조 변화를 반영한 결정일 뿐, 회사의 수익성과 경쟁력, 재무·유동성 관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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