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 토픽] 포스코 "철강의 법칙이 무너졌다"…中 오버플로·탄소장벽·보호무역에 갇힌 가격 전쟁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2-24 14: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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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RI"10년 간 수요·공급 공식 붕괴…인도만 성장, 한국·유럽은 둔화"
중국발 공급 과잉 고착화…글로벌 철강 사이클 근본 변화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지난 10년간 글로벌 철강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경기 순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구조적 대전환’의 한복판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요와 공급의 단순한 균형이 아닌 미·중 패권 경쟁, 탄소 규제, 보호무역, 에너지 가격, 기술 패러다임이 동시에 가격과 물동량을 좌우하는 복합 시스템으로 진입하면서 철강사의 전략 공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챗GPT4]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당시 주요 글로벌 기관들이 제시했던 10년 후 철강 경기 전망은 ‘큰 방향성’에서는 맞았지만 속도와 강도에서 결정적인 오차를 드러냈다. 

 

POSRI에 분석 결과, 이런 오차와 관련해 중국의 철강 수요 감소와 공급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는 현실과 크게 어긋나며 글로벌 시장의 가격 질서를 뒤흔든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 예측과 달랐던 10년…중국은 줄지 않았고 공급과잉은 더 커졌다

 

박용삼 POSRI 철강연구센터 연구원은 “2015년 당시 맥킨지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은 중국 경제의 구조 전환에 따라 철강 수요가 2025년 6억톤 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며 “그러나 해당 기간 실제 중국의 수요와 생산은 9억~10억톤 수준을 유지해 세계 철강 시장의 절대적 영향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고도화,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전기차 산업 성장 등이 판재류 수요를 떠받쳤고, 지방정부의 경기 방어 정책과 대형 고효율 설비로를 통한 생산 감축 대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박 연구원은 더 큰 문제로 공급 부분을 지적했는데 중국의 구조조정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던 글로벌 잉여 생산능력은 오히려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철강사들이 내수 부진을 감산이 아닌 수출 확대으로 대응하면서 ‘밀어내기 수출’이 상시화됐고 중국 자본이 동남아로 우회 투자에 나서면서 공급 압박은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글로벌 잉여 생산능력은 당초 예상치의 두 배 수준인 최대 6억톤 후반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달리 인도의 경제 성장과 선진국의 철강 수요 정체 전망은 비교적 정확했다. 

 

인도는 인프라 투자와 도시화를 기반으로 연 7~8%대 수요 증가를 이어가며 사실상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을 흡수하는 ‘유일한 성장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게 POSRI의 설명이다. 

 

유럽은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 탈탄소 비용 부담으로 제조업 기반이 약화됐고 북미 역시 리쇼어링(해외로 이전했던 생산시설 자국으로 이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철강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한국 내수 역시 5000만톤 아래로 떨어지며 구조적 감소 국면에 진입했다.


◆ 철강 무역의 룰이 바뀌었다…가격 경쟁에서 '탄소 경쟁'으로

 

박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철강 산업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기후 규제가 무역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 수단으로 등장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철강 관세 강화는 철강 교역을 자유무역에서 블록화된 보호무역 체제로 전환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단일 가격 체계는 붕괴되고 지역별 규제와 에너지 가격, 탄소 비용에 따라 가격 장벽이 형성되는 이른바 ‘시장 분절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POSRI는 전망한다.

 

향후 2035년까지 글로벌 철강 수요는 연평균 1% 내외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장의 축은 완전히 인도와 동남아로 이동할 것으로 POSRI는 본다.

 

박 연구원은 “중국은 구조적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8억톤 이상의 거대 시장을 유지해 잉여 물량의 수출 압박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한 중국산 오버플로(과잉공급으로 가격하락)는 글로벌 가격의 상단을 제한하는 상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철강 생산 방식인 탈탄소 전환은 원료 시장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고로 중심의 선철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전기로 확대에 따른 직접환원철(DR급) 생산 방식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2030년 전후로 대규모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DR급 고품위 철광석과 양질의 철스크랩 확보 능력이 향후 원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일 것 이라는게 POSRI의 설명이다.


◆ 철강사의 생존 공식…'중심축 전략 및 기동 전술' 병행해야

 

POSRI 보고서에는 철강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공급망 산업이 아닌 복잡계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정학, 에너지, 탄소 규제, 기술 패권이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에서는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투자 방향과 단기적인 정책·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에 따른 자원 배분 우선순위를 강조하는 ‘중심축 전략(Anchor Strategy)’과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이나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속도에 맞춰 투자 강도를 조절하는 ‘기동 전술(Agile Tactics)’의 병행이 향후 10년 철강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조건으로 POSRI는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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