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폐광지역 주민들이 강원랜드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다며 전면적인 규제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원랜드 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는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현장 방문을 맞아 이철규 위원장 등 위원들에게 "강원랜드 규제 혁파는 석탄산업전환지역 주민 생존권과 국가 복합리조트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소 과제"라며 5대 정책 개선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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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취위가 국회 산자위에 5대 개혁안을 제출했다. |
공추위가 가장 강력히 문제 삼은 것은 2018년 도입된 '월 15일 출입 제한' 규제다. 중독 예방 명분으로 시행됐지만, 실제로는 1회 체류시간을 늘려 오히려 중독 위험을 높이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추위 관계자는 "출입일수를 제한하다 보니 이용객들이 한 번 방문하면 더 오래 머물게 되고, 숙박·공연·식음료 같은 비게임 부문으로의 소비 전환도 막히고 있다"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비합리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2018년 이후 게임테이블 수가 180대에서 160대로, 영업시간도 20시간에서 18시간으로 축소되는 등 이중삼중 규제에 묶여 있다. 공추위는 이를 폐지하고 개인별 이용시간을 사전 설정하는 '시간·지출 총량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도한 규제가 초래한 경제적 손실이다. 공추위에 따르면 현재 매년 약 20만명의 한국인이 해외 카지노로 이탈하고 있으며, 정부 추산만으로도 연간 3~5조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특히 VIP 고객의 '원정 도박'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030년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IR) 개장을 앞두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불법 온라인 도박 시장 확대도 심각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2022년 이미 100조원을 돌파했다. 합법 시장을 억누른 결과 세수 손실과 범죄 확산이라는 '풍선효과'만 키웠다는 비판이다.
공추위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의 일몰 규정이 장기 투자를 가로막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10년마다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한시법 체계로는 대규모 시설 투자나 고용 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2035년까지 단계적 시설 확충과 인프라 개선, 리조트형 콘텐츠 강화를 골자로 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했지만, 법적 불안정성 때문에 투자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추위는 폐특법을 '석탄산업전환지역법'으로 재규정하고 상시법으로 전환해 제도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추위는 강원랜드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단순 카지노가 아닌 글로벌 수준의 복합리조트로 키워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세제 혜택 및 패스트트랙 인허가 허용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2026~2035)에 평창-정선선 연결사업 반영 ▲인천·양양공항 연결 교통망 구축 등을 제안했다. 강원랜드는 2032년까지 비게임 매출 30% 달성, 연간 방문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공추위는 규제 완화가 무분별한 사행산업 확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원랜드 수익 일부를 중독 치유·재활·고용 복귀 프로그램에 성과연동 방식으로 환원하도록 법제화하고, 이용자 위험도별 맞춤형 교육·상담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함께 제안했다.
공추위 관계자는 "강원랜드는 1995년 정부의 일방적 폐광조치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결사 투쟁으로 만들어낸 국가적 회생 모델"이라며 "30년 전의 폐광이 지역 소멸의 상징이었다면, 앞으로 30년은 산업전환과 혁신의 상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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