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혜 작가,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 꿈도 꿔보지 못했던 영광”

문기환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6 21: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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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로 해외문학상 수상…올가 토카르추크 제치고 영예
“상금 전액 호랑이·표범 보존에 기부…범보존기금 후원과 응원 부탁”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 “투명·성숙한 놀라운 작품·위대한 미래 앞뒀다”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야스나야 폴랴나상(톨스토이 문학상)수상소식을 기뻐해 주시고 축하해주신 모든 한국 독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평생 꿈도 꿔보지 못했던 영광인데 이를 가족의 소식인 것처럼 반가워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한국 독자분들에게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지난 10일 장편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37)는 다산북스를 통해 독자들에게 SNS영상으로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 작가 김주혜가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은 직후 다산북스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상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영상 사진 캡처= 다산북스 제공]
 

자신을 한국인이라 말하는 김주혜 작가는 최근 수많은 축하 메시지와 뜨거운 반응을 보여준 한국 독자들을 위해 영상편지로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좋은작품 기대해달라” 또 “한국범보전기금의 활동과 우리 호랑이들과 표범들의 복원도 지켜봐주시고 응원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주혜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날은 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한국 문학이 셰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날이 됐다.

 

김 작가는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10일(현지시간)열린 '제22회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시상식에서 '작은 땅의 야수들'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키릴 바티긴과 함께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김 작가는 ‘2024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의 해외문학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면서 "오늘은 한국 문학에 있어 정말 대단한 날이다. 그래서 이 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어떤 상보다 의미가 깊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약 9년전 뉴욕에서 눈 내리는 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참 가난하고 박탈감에 직면했지만 글을 쓰면서 배고픔을 잊고 있었다. 문학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며 “러시아 문학에서 많은 자양분을 얻었고 내게는 큰 울림을 주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열린 '제22회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시상식에서 '작은 땅의 야수들'로 해외문학상을 수상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주혜 작가]

 

톨스토이 문학상은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인 2003년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이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과 함께 제정한 상으로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주요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한 러시아어 및 번역 도서가 선정돼 시상이 이뤄진다.

 

톨스토이 문학상의 해외문학상(Foreign literature)은 2015년 제정돼 올해가 10번째이며 수상 후보군은 지난 3월20일 발표됐다. 이탈리아 외 노르웨이, 네덜란드, 멕시코, 스페인, 아르헨티나 중국 등 14개국 출신 작가들의 책 27권이 후보 리스트로 올랐었다. 

 

한국 소설로는 김도연 작가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방법'과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이 거론됐었다. 이후 5월 최종 후보 명단을 만들고 10월 시상식에서 수상작을 발표했다. 김 작가는 해외문학 부문 최종 후보 10개 작품안에 올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 등을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역대 수상자로는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오르한 파묵,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되는 중국 작가 위화(余華) 등이 있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과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가 후보에 오른 적이 있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올해 총 상금은 670만루블(약 9366만원)로 책정됐다. 외국 문학 부문에 선정된 작가에게는 120만루블(약 1680만원)이, 번역가에게는 50만루블(약 699만원)이 돌아간다.

 

김주혜 작가는 '작은 땅의 야수들' 수익금 중 일부를 시베리아 호랑이 및 아무르 표범 보존에 기부하고 있다. 그는 수상때부터 강조하고 밝혔듯이 16일 SNS를 통해 “상금 전액을 호랑이 표범 보존에 기부했다. 재정부족으로 정지돼있는 프로젝트(유전자 다양성 연구, 생태 통로 등)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관심있는 분들은 한국범보존기금으로 후원할 수 있다”며 “마음의 응원도 중요하니 우리 자연유산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면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 김주혜 작가와 번역가 키릴 바티긴  [사진=김주혜 작가 제공]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과 그 시대의 고통을 담아낸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7년부터 1966년쯤까지 반세기 동안 두 세대를 거쳐서 사람들의 사랑과 용기 자유를 위한 투쟁을 그린 대하소설 작품으로 현재까지 13개국에 출판됐고 TV시리즈도 제작 단계에 있다.

   

다산북스에 따르면 이번 톨스토이상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는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두 산맥 사이에서 자란 러시아사람들은 러시아문학 외에는 진정한 문학이 없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뛰어난 문학작품은 어디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짐승들이 있다. 그중 호랑이는 한국 독립의 상징이다. 나는 이 작품을 알랙시 톨스토이의 ‘갈보리로 가는길’에 비교하겠다. 정말 잘 쓰였고, 투명하고 성숙한, 젊은 작가로는 놀라운 작품이다. 내가 생각할때 이 작품은 위대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고 극찬했다.   

 

김주혜 작가는 아홉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동포이다. 그의 외할버지는 김구를 도왔던 독립운동가였고, 작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한국인 정체성을 간직하고 살았다. 김 작가는 소재로만 한국 역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학의 정신적 유산을 장편소설에 그대로 스며들게 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작은 땅의 야수들' 작품은 지난 2021년 영문판으로 외국에서 먼저, 국내는 2022년 9월 다산북스를 통해 출간됐다.

 

한편 김 작가의 차기작 '밤새들의 도시'가 러시아와 프랑스로 배경으로 발레리나의 이야기가 줄거리가 돼 다음 달 미국에서 출간된다. 한국에는 내년 상반기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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