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모험가', 이순신 명언 '필사즉생 필생즉사'도 등장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코스닥 상장사로 주식 거래 정지 상태인 디딤이앤에프가 특이한 공시 내용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회사의 최대주주는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이한 공시 내용을 토대로 ‘모험가좌(모험가+본좌)’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 김상훈 씨는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김 씨는 디딤이앤에프의 지분 8.2%(473만9999주)를 보유하고 있고, 지분 취득 자금 52억4507만원은 모두 자신의 자금으로 조달했다. 김 씨의 보유 주식 수는 지난 7월 15일 보고 때와 변동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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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이엔에프 최대주주 김상훈 씨 측이 등록한 공시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캡쳐] |
디딤이앤에프는 2017년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했지만 실적 부진과 경영권 분쟁, 등 각종 잡음이 이어지면서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디딤이앤에프는 마포갈매기, 연안식당, 도쿄하나, 공화춘, 백제원, 고래식당 등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매출 1253억원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을 이유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영업이익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적자이고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은 21억원에 달한다. 회사 주식 거래는 3월 27일부터 정지된 상태다.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탓이다. 최근에는 15억5000만원 규모의 채권가압류 결정을 받아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변경 사유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유 목적 등 중요사항이 변경된 경우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김 씨는 '거짓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기꾼들에게 최후통첩'이라고 변경사유를 등록했다. 보유 목적에는 '정직은 매우 비싼 선물이다 싸구려 사람들에게 그것을 기대하지 마라'는 문구를 썼다. 이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씨는 자신의 직업과 직위를 '모험가(투자자)'와 '사기꾼 추적자'로, 부서를 천재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실화를 다룬 영화의 제목과 같은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으로 기재했다. 이번 공시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보고 사유로 들었는데, 기존 경영진 등을 겨냥한 문구로 풀이된다. 지난 5월 김씨는 이사회를 열고 기존 지배인을 해임한 바 있다.
지난 7월 15일 대량보유보고 때 김 씨는 보고사유를 '단순투자→경영권영향'이라 변경 기재했다. 김 씨는 작년 3월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직업을 '모험가'라고 소개하고 주식보유 목적에 이순신 장군의 명언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등록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김 씨를 '모험가좌(모험가+본좌)'로 부르는 이들이 생겼다.
당시 그는 소속 회사를 ‘접속’, 부서를 ‘foolish’로 적었고 이메일 주소도 독특하게 표기했다. 이후 공시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제목인 ‘공각기동대’를 언급하는 등 특이한 표현을 사용해 주목 받았다. 이 같은 김 씨의 공시는 매우 이례적이지만 관할 금융당국에서는 규정상으로는 문제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편 메가경제는 디딤이앤에프 측에 이 같은 공시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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