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냉방 영업 필요 전력량 66% 증가, 말로만 비용 절감
[메가경제=정호·신승민 기자] 정부가 한국전력의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전기료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와중에 서울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이 개문 냉방을 이어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임원들을 불러 모아 '비용 절감'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온 가운데 불거진 일이다.
23일 '메가경제'가 받은 제보 내용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외국인 유입이 많은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 캐릭터 '브레드 이발소' 팝업스토어 입구에 찬 기운을 느꼈다. 냉방을 유지한 채 열린 매장 문이 원인이었다. 롯데백화점이 무더워지는 7~8월 무더위가 기승인 상황에서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꼼수' 운영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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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문 냉방을 한채 운영되는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브레드 이발소 팝업스토어.[사진=신승민 기자] |
이를 관리·감독하는 서울시 중구청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시가 없다는 이유로 2년째 단속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감시가 허술해진 것을 노려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문 냉방을 이어갔다. 표면으로는 ESG경영을 내세우며 뒤로는 불법 영업을 이어가는 셈이다.
에너지관리 공단에 따르면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에는 '문 열고 냉방 금지'가 포함됐다. 위반 시 법령에 따라 1회 위반시 경고, 2회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문 냉방시에는 전력량이 66%를 웃돌고 요금 또한 33% 높게 책정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에너지 소비량이 높아지는 것을 각오하고 개문 냉방을 하는 이유에 대해 '집객 효과'를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B씨는 "명동같은 발길이 몰리는 공간에서 더운날 찬바람을 쐬어 방문자 수를 높이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다만 법령까지 위반해서 사람을 끌어모으려는 의도는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배짱영업'을 한 데에는 소홀해진 제도의 감시망이 이유로 거론된다. 메가경제가 중구청에 취재한 결과 해당 관계자는 "개문냉방이 현행법상 불법인 것이 맞지만 관할 구청은 산업통상자부의 고시가 내려오지 않으면 단속 권한이 없다"며 "주기적으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해당 시기 총 전력 수요량에 따라서 전력 부족 우려가 있을 경우에 고시가 내려온다"고 말했다.
발길이 저조했던 코로나 이전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도 거의 단속 고시가 안 내려왔다"며 "2년 정도 중구 환경과에서 근무했는데 한번도 고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홀한 감시망을 틈타 버젓이 개문 냉방을 한 것으로 정리된다. 지난해 부산 진구 롯데백화점 또한 개문 냉방으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14일 한국에너지공단은 '개문 냉방 영업 1차 실태조사 및 유통업계 간담회'를 진행했다. 업계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당시 한국에너지공단은 전국 13개 지역의 주요상권 개문 냉방 영업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6월과 8월 1,2차로 나눠 진행된 조사에서는 각각 5298개 점포 중 634곳, 2924개 점포 중 216곳이 개문 냉방을 하고 있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감시 하에 개문 냉방 비중은 낮아졌지만 업종별로 의류, 신발, 화장품 업종의 개문 냉방은 영업비율을 80%로 높게 나타났다.
당시 부산 진구 롯데백화점 또한 감시망에 포착됐다. 한 차례 지적을 받았음에도 롯데백화점에서는 개문 냉방을 다시 진행한 것이다. 비용 절감에 대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또한 강조한 바 있다. 정 대표는 지난 23일 롯데백화점 하반기 전략 공유회에서 "비용 절감은 필요하지만,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모품 비용 등 단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을 줄일 것을 주문했다.
이는 개문 냉방으로 소모되는 에너지 소모량에도 대입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정 대표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불거질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전사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무시한 영업형태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개문 냉방에 대해 문의를 한 메가경제의 취재와 문의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문제는 같은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도 불거졌다는 점이다. 일부 편의점은 개문 냉방을 한 채로 영업해 에너지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이에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에너지 관리 기준을 하절기와 동절기에 나눠 메뉴얼을 배포하고 있지만 점포 관리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제도적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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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을 켠 상태에서 문을 열어 둔 세븐일레븐 지점.[사진=신승민 기자] |
에너지관리공단은 향후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실천 요령 등 TV, 뉴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에너지 절약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냉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에너지 수급 등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여 여름철 에너지 절약 시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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