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야심작 '크러시', 통념 깬 출시 '올몰트' 맥주 성공 가능성은

김형규 / 기사승인 : 2023-11-22 08: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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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맥주 신제품...하이트 진로'켈리'와 경쟁
동절기 출시 위험 요소..."연말 회식 수요 노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신제품 '크러시'가 이례적으로 늦가을 출시를 단행한 가운데 치열한 경쟁의 국내 맥주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을 끌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1일 크러시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맥주 신제품으로는 비수기인 11~12월 사이에 출시한 점, 같은 '올몰트' 맥주 '클라우드'의 아쉬운 성적 등으로 크러시는 출시 초기부터 시장 안착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이 적지 않다. 
 

▲ 에스파의 카리나를 모델로 내세운 '크러시' 광고 포스터 [이미지=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크러시는 '젊은 세대를 위해, 기존 맥주와는 차별화된 맥주의 필요성'에서 착안해 기획됐다. 광고 모델 역시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기용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차별화의 방편으로 크러시에 대해 국내 맥주 업계 최초로 병목과 몸통이 굴곡 없이 직선형으로 이어지는 '숄더리스(shoulder-less)'병을 적용했다. 또한 이 회사는 병 겉면의 빙산 모티브 양각 디자인과 투명한 컬러 등으로 시각적 청량감을 의도했다는 입장이다. 

제품명도 '반하다', '부수다'라는 뜻의 영단어 '크러시(Crush)'에 회사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의 'K'를 더했다.

롯데칠성음료의 크러시 마케팅 전략의 골자는 패키지 디자인과 제품명 등을 통해 일관되게 '낡은 관습을 부순다'는 기획 의도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정식 출시일도 기존 맥주 업계 성수기로 알려진 여름을 피해 추운 계절을 선택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가올 연말 회식‧송년회 등 술자리에서 새로운 맥주에 대한 호기심과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출시 시기를 정했다"며 "이제 갓 출시돼 아직 구체적인 목표 점유율을 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맥주 마케팅이 계절과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늦가을 출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수의 주류 제품 컨설팅 경험이 있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신상 맥주를 출시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 준비가 조금 늦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 맥주는 시원함을 느끼고 싶을 때 혹은 야외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기에 추운 계절에는 전체적인 수요가 줄고 매출액을 올리기에 한계가 있다"며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야외 활동이 몰린 여름에 비해 겨울은 맥주 제품의 콘셉트를 잡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크러시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 스타일이 아닌 올몰트 라거로 제작됐다. 이 제품은 몰트 100%로 분리 추출한 유럽산 홉을 사용한다. 앞서 올해 봄에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올몰트 라거 '켈리'와의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켈리는 출시 후 약 반년 사이 국내 맥주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정시장 기준 맥주 점유율은 1위가 '카스'(37.89%), 2위는 '테라'(10.67%), 3위에 '아사히'(7.44%), 4위 '켈리'(6.66%), 5위 '필라이트'(5.61%) 순이다.

또한 앞서 출시됐던 롯데칠성음료의 올몰트 라거 클라우드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갔다는 사실은 크러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는 지난 2014년 판매를 시작해 출시 초 10%대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4%대까지 점유율이 하락했다. 진한 정통 맥주 맛이 호평받기도 했으나, 가벼운 맛의 라이트 라거와 달리 맥주 맛이 강해 일부 마니아층 외의 소비자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번 신제품 크러시는 올몰트라는 제작방식 외에도 제품명과 패키지 디자인 등에서 아직 클라우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 모양새다.

크러시의 패키지 좌측 상단에는 작은 글씨로 클라우드 영문명이 적혀 있다. 현재 맥주 시장에서 고전 중인 클라우드 브랜드를 흔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신제품에 득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시각이다.

실제 클라우드의 서브 브랜드 격으로 출시됐다가 쓴잔을 마신 '피츠'의 사례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피츠는 지난 2017년 6월 출시해 배우 조정석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했었으나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7월 약 4년여 만에 단종 절차를 밟았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크러시 패키지에 남긴 클라우드의 흔적은 클라우드 브랜드에 대한 업체 측의 미련이 느껴지는 대목"이라며 "준수한 품질에 비해 성적이 나빴던 클라우드에 대한 기획자의 아쉬움은 이해가 가지만, 소비자들에게 '실패한 맥주' 이미지를 연상케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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