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무비] '검은집'과 계곡살인, 삼성생명 사태 오버랩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5-17 10: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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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윤리와 탐욕의 굴레을 위한 살인, 그 끝은
삼성생명 부지급률과 변화를 이끈 금감원장의 소신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가입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까? 보험금 범죄를 주제로한 영화들은 인간의 탐욕과 윤리적 딜레마를 생생하게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교훈을 동시에 제공한다.


특히 2007년작 영화 ‘검은 집’(감독 신태라)은 일본 호러 추리 소설의 대가 기시 유스케의 작품을 토대로 제작된 만큼 단순한 탐욕을 넘어 인간 본연에 감춰진 선악의 심리를 여지 없이 폭로한다. 작품은 보험사정원 준오(황정민 분)가 청진동 보험 가입자의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그곳엔 박충배(강신일)의 7살 어린 아들이 죽어 있었다. 그 순간 준오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아이의 아버지의 눈길, 준오는 소년의 죽음이 아버지에 의한 존속살인임을 확신하고 보험금 지급을 중지시킨다. 그러나 모든 증거는 아이의 죽음과 관련 준오의 입장과 반대로 향해 간다. 

 

▲ 영화 '검은집'의 한장면 [사진 출처=다음영화]

 


이런 와중 준오는 5년 전 박충배와 재혼했던 신이화(유선 역)에게 3억원의 사망보험금이 가입돼 있음을 알게된다. 준오는 그녀만은 살리겠다 마음먹고,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 앞엔 경악할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검은 집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남편의 팔을 자르는 신이화, 보험금을 매개로한 끝모를 죽음의 증거들이 베일을 벗고 있었다.

이 영화는 가평계곡살인으로 인해 다시 재조명됐다. 현실은 영화 속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치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명 ‘계곡살인’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이은해가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다.

재판부는 지난 1심에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조현수에게는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생명보험금 8억원을 수령할 목적으로 수영을 못하는 피해자를 계곡물에 뛰어들게 하고, 제대로 된 구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은해는 남편의 사망 보험금 8억원을 지급하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이 사건을 보험사기로 보고,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은해는 사망한 남편 윤씨와 2017년 3월 혼인신고 후 이듬해 8월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 3건을 체결했다. 실제 보험사는 영화에서처럼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해결사로 활약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정의의 사도라고 할 수도 없다. 때론 막대한 보험금을 가입자들에게 지불하지 않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의 부지급률은 평균 1.45%였고, 생명보험사들의 지난해 하반기 부지급률은 0.81%로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부지급률은 2021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삼성생명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 사건은 2017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은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소송은 2020년 10월 대법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며 삼성생명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대법원 판결에도 아랑곳 없이 2019년 9월부터 삼성생명을 상대로 종합검사에 착수, 2020년 삼성생명이 다수의 암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삼성생명이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된 519건 가운데 496건을 보험업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암 환자들이 청구한 요양병원 입원비를 '직접 치료'의 목적이 아니라며 지급하지 않았던 삼성생명에게 고강도 징계를 예고했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소비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진두 지휘한 결과였다.

삼성생명도 2020년부터 ‘전부 수용률’을 큰 폭으로 올렸지만,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받아야 했다. 2023년 삼성생명의 부지급률은 0.77% 수준으로 보험사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은 돈과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는 인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렇기에 보험을 다룬 영화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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