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 강화, 자본적정성 확보 등 숙제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지난해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지정돼 경영위기에 직면했던 NH농협생명에 대해 금융당국이 경영진의 업무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H농협생명 이사회의 대부분 이사가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수준으로 최근 3년 업무집행책임자 대부분이 농협중앙회나 은행 출신들로 포진돼 있다. NH농협생명은 부랴부랴 보험업 경력을 가진 이사들을 충원에 나섰지만 당국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생명보험검사국은 농협생명에 대한 수시검사를 마치고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 제고, 자본적정성 및 순자산 관리 강화 등이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고 총 7건의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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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농협생명 본사 [사진=NH농협생명] |
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주요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므로 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의 효율적 관리감독, 정책수립 및 평가 등에 필요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농협생명 이사회 구성원의 보험업 경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농협생명 이사회 내 임원의 평균 보험업 경력은 4.8년에 불과했고, 그중 5명은 농협생명에 오기 전까지 보험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올해 1월부터 농협생명을 이끌고 있는 윤해진 대표이사도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윤 대표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농협중앙회, 농협은행 등을 거치면서 보험 관련 일을 한 적이 없었다. 농협생명은 지난 2017년 서기봉 전 대표 때부터 보험업 경력이 없는 농협중앙회나 농협은행 출신 대표이사가 선임돼 왔다.
그리고 최근 3년간 선임된 업무집행책임자 대부분도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출신으로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어 보험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부족은 위기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할 우려가 컸다.
금감원은 "향후 보험업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이사회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업무집행책임자도 부문별 업무 특성 및 보험업 관련 경력 등을 충분히 고려해 선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금융, 경제, 경영, 회계 등 분야의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고 현재 이사회 구성원의 보험업 경력 보유 이사 수 는 총 4명으로 상근감사위원 1명, 비상임이사 1명, 사외이사 2명으로 각 직책 별로 고르게 되어있다"라며, "향후 사외이사 후보군 선정과정에서 '보험' 분야를 추가신설해 보험업 경력이 충분히 고려된 인력을 후보군으로 포함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보험사와 달리 보험판매대리점인 농축협 영업비중이 매우 높아 범농협 네트워크를 갖춘 농협중앙회 농협은행 주요보직의 검증된 인원들을 임명해 왔다. 특히 주요업무집행책임자인 경영기획부사장은 보험업 관련 경력을 갖춘 당사 내부 출신의 직원을 지속적으로 임명해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 조사결과 자본적정성과 순자산 관리 부실 문제도 드러났다. 농협생명은 지난 2020년 9월 지급여력(RBC)비율 제고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순자산의 금리민감도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해 2022년 중 금리 급등 영향으로 작년 9월말 자본잠식이 발생하고, 10월말에는 RBC비율이 100%를 하회하게 됐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RBC 제도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건전성 감독규제다. 보험업감독규정은 RBC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권고, 50% 미만 시 경영개선요구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이사회의 책임이 한몫했다. 실무부서가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 시 금리변동에 따른 평가손익 증감 폭이 확대되어 RBC비율의 안정성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음을 보고했지만, 이사회는 금리 시나리오별 단기(2021년) RBC비율수준만을 추정하거나 금리하락 상황만을 가정해 분석한 상황만을 고려하는 등 금리변동이 중장기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던 것으로 금감원 조사결과 드러났다.
농협생명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매월 순자산 현황을 변동 요인별로 정교하게 점검하여 경영진 및 관련 회의체에 보고하되, 시중금리가 급변하는 등 순자산과 관련하여 현저한 위험이 감지될 경우 구체적인 대책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과제화해 진행 경과 및 결과를 관련 회의체에 보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사후관리도 허술해 자본감소 및 자본잠식 발생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방안 논의와 마련이 부족했다. 농협생명은 자본 내 이익잉여금 비중이 작아 자본안전성이 낮고, 자본잠식이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 자본조달비용 상승, 부실금융기관 지정 등 부정적 효과가 증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무부서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에 금리상승으로 2021년 2월말부터 매도가능채권평가이익이 임계치를 3개월 연속 하회했음을 보고했는데도 별도의 대응방안 논의가 없었고 위기상황 시나리오별 재무제표 영향 분석 시 표준 시나리오(금리상승)에서 자본감소가 크게 발생하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산출되었는데도 역시 대응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는 매년 리스크유형별 관리기준을 변경하면서 변경 사유의 적정성을 점검하거나 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 분석 등을 해야하는데 이를 하지 않고 해당 기준에 따른 사전조치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등 리스크관리가 평소 허술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22년 리스크유형별 관리기준 수립 시 사전조치 발동기준을 전년 대비 완화해 사전조치의 실효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등 리스크 허용한도 관리기준 운영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생명은 관련 내용에 대해 "신용리스크는 허용한도 관리방안 중 조치단계를 강화했다. 시장리스크의 경우 관련 허용한도 관리방안상 조치사항 발동기준을 강화하고 단계별 조치사을 내용을 구체화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협생명은 재무상태가 미흡해 지난해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올랐는데 오는 6월 말까지 조치를 유예받았다. 적기시정조치는 재무상태가 일정 수준에 미달한 금융회사에 내리는 조처로 최고 ‘영업 전부정지’까지 내릴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RBC 수시검사를 벌인 결과 농협생명(24.3%)은 경영개선요구, DGB생명(87.8%)은 경영개선권고 대상에 각각 올랐다.
다만 농협생명은 지난해 말 RBC가 147.6%로 개선됐고, 올해 1월 말 신종자본증권 2500억원을 발행해 적기시정조치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금융위는 판단했다. 새 지급여력제도(K-ICS)를 적용한 3월 말 기준 RBC 비율이 오는 6월 말까지 제출되는 점도 적기시정조치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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