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무비] 가상화폐, 튤립버블의 오버랩...탐욕과 광기의 역사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11-26 11:08:33
후발주자가 빚더미 폭탄 떠안는 폰지식 수익구조 유사
최고 지성 '뉴튼'도 속은 남해회사 사태, 성공신화 조심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한 송이의 튤립이 전 유럽 경제를 뒤흔들었듯, 디지털 시대의 튤립은 무얼 노리는가?”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가상화폐가 폰지 사기와 유사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가상화폐는 혁신적인 투자 수단일까요, 아니면 역사가 반복되는 또 다른 폰지 사기일까. 영화 ‘튤립피버’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을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영화 '튤립피버'는 가난한 소녀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부유한 상인과 결혼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피아는 남편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얀(데힌 드한)과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튤립 투자를 통해 꿈을 이루려 한다. 하지만 그들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모든 것이 무너진다. 

 

▲ 영화 '튤립피버' [자료=네이버 영화]

‘튤립피버’는 튤립 투기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광기가 어떻게 사회 전체를 파멸로 이끄는지를 보여준다. 한때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던 튤립은 투기의 대상이 되면서 가치를 잃고,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돈벌이에만 눈이 멀게 되는 과정을 생생히 전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튤립피버’가 그려낸 17세기의 광풍이 현대 사회의 암호화폐 열풍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한정된 발행량과 기술의 혁신성이라는 희소성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많은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마치 튤립처럼 투기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영화 속 인물들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과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겠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튤립 투기에 뛰어든다. 이는 가상화폐 투자에 열중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묻지 마 투자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수익구조도 폰지식 사기구조와 닮아 있다.

폰지사기란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지급하여 투자를 유치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사기 수법이다. 즉, 실제로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여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투자자 대다수는 이 같은 수익구조가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은 빈털터리가 되는 폭탄돌리기라는 것을 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폰지식 투기에 미치는 걸까? ‘인간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유인원’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제아무리 합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교육받는다고 해도 인간은 그럴듯한 서사 장치에 감정이 동요되고 마음을 빼앗기는 존재다. 매혹적인 서사는 언제나 견고한 사실과 자료들을 외면하게 한다. 폰지 사기나 가상화폐 사건 때마다 꼭 누군가의 성공신화가 그럴싸하게 포장되는 이유이다.

필자가 불법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을 추적하면서 만난 피해자들이 그랬다. 그들은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가족, 친인척, 주변 이웃들을 끌어들여 피해자들을 양산시킨 이들이었다. 그리고 꼭 누군가의 성공신화를 마치 종교처럼 전파했던 가해자라는 양면성을 갖는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폰지가 갖는 광기의 힘이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이론가이자 경제사학가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인간의 투기 심리를 집단 광기로 묘사했다. 18세기 남해회사 사태, 1990년대 닷컴버블, 2000년대 엔론 스캔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부에 대한 강력한 욕망 때문에 벌어진 금융 광기의 역사들, 심지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1700년대 금융 버블의 대표 사례인 남해회사 버블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금융 시장에도 눈이 밝은 전문가였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세상사를 판별하는 데 냉철한 지성보다는 감정적 요소들과 주관적 인식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뉴턴처럼 뛰어난 지식과 지성을 겸비한 이도 ‘자신이 믿고 싶은 바를 믿는 우’를 범한다. 물질적 버블과 광기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근원적 원인이다.

과거의 역사는 우리에게 투기가 불러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튤립피버’는 우리에게 투자의 이면에 숨겨진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탐욕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으면 언제든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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