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국내 수출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중갈등·러우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66.3%를 차지했다.
39.5%의 기업은 ‘일시적 위험 정도’로 인식한 반면, 23.7%는 ‘사업 경쟁력 저하 수준’, 3.1%는 ‘사업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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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2023년 9월 547억불에서 2024년 9월 588억불로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수출시장을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발발 1년에 접어든 ‘중동 사태’가 최근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중 갈등’도 11월 미 대선 이후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은 상황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영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유형을 조사한 결과,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43.1%)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물류차질 및 물류비 증가’(37.3%)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비용 증가’(30.5%),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24.1%), ‘현지사업 중단 및 투자 감소’(8.1%) 순으로 실제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교역국별로 피해유형을 살펴보면, 對중국 교역기업의 경우‘해외시장 접근 제한 및 매출 감소’가 30.0%로 가장 많았다. 미중 갈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러시아 대상 수출입기업들은 모두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 리스크’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미국 30.2%, 러시아 54.5%), 특히 러·우 전쟁 발발 당시 해당국과 거래하고 있던 기업들의 수출 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금융제재로 외화송금이 중단되는 피해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묻는 질문에 대해 40.2%의 기업들이 ‘지금 수준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보다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기업도 22.5%를 차지해 ‘지금보다 완화될 것’(7.8%)이라는 기대를 한참 앞질렀다.
기업들은 상시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확장적 전략보다는 긴축경영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기업차원의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에 수출기업의 57.8%가 ‘비용절감 및 운영효율성 강화’를 꼽았다.
대한상의는 먼저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 정책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 증가세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향후 지정학 리스크가 더욱 심화되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지금 존재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에 대한 경고를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단기적으로는 유가·물류비 상승으로 피해를 입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바우처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민관 협력을 통해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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