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대형마트 1위 사업자인 이마트가 신용평가사들의 잇따른 신용 등급 강등 평가로 인해 자금조달 악재에 처했다. 신용등급 강등요인으로는 대단위 인수합병(M&A)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M&A 성과가 부진하면서 차입 등에 따른 재무 부담까지 가중되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강등 조치했다. 이들 3개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대형마트 업황의 전반적 부진과 함께 더블유컨셉코리아, 지마켓글로벌, 스타벅스코리아, SSG랜더스 등의 대형 M&A로 인한 재무 부담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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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별내점. [사진=신세계그룹] |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지마켓과 W컨셉코리아 인수를 필두로 SK야구단, SCK컴퍼니 지분 매입 등에 약 3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는 3000억원을 들여 미국 와이너리를 사들였고,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과 SSG닷컴 물류센터 건설 등 약 1조원의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서 잉여현금이 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약 4조3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3분기 기준 약 9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12.8%에서 150.5%, 차입금의존도는 27.7%에서 34.1%로 악화일로다.
장미수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이마트 가양점·성수점 매각, 자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충당했지만, 영업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투자 부담으로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급등했다"며 "올해 들어서도 유통·식음료 부문 점포망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3분기 누적 기준 영업 실적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가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재무 부담 해소를 위해 본업인 이마트의 수익성 제고가 절실하지만, 수익성 침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86억 원으로 전년 동기(843억 원) 대비 54.2% 줄어들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0.2%에 불과하다. 2022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국 최대 대형마트인 월마트의 영업이익률이 4.4%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다.
반면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통한 외형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이마트의 매출은 2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결국 매출은 늘어났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성은 악화된 양상이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국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필수재인 식품 부문에서 이커머스 업태의 침투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점 등이 회사의 주력 사업 부문인 온/오프라인 소매유통 사업의 중단기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당분간 이마트의 현금흐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행태가 높아지면서 대형마트 실적 개선이 쉽지 않고, 온라인 부문에서도 반등 요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지마켓의 합산 영업손실은 지난 2022년 1767억원, 올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 누적 969억원이다. 여기에 신세계건설의 미분양사업장 손실도 수익성 악화를 거들고 있다.
내년 이마트의 자금조달 측면도 밝지 않다. 이마트는 올해 1월 2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위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6배에 가까운 1조1750억원의 주문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4900억원을 증액했다. 금리는 2년물과 3년물 각각 4.172%와 4.346%다.
7월에도 무보증 사채가 흥행하면서 5000억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수요예측에만 목표치의 5배인 1조2100억원이 몰렸다. 해당 사채는 3년물 1150억원, 3년물 3300억원, 5년물 55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연리 이자율은 각각 4.283%, 4.588%, 4.881%다. 조달 자금은 만기 도래의 단기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당시 자금조달 성공은 이마트의 자금조달은 신용등급이 AA(안정적)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자금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됐다. 이마트는 내년 2월부터 6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조달 금리가 자동으로 높아져 차환 시 이자 비용이 불어나게 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 일해 온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지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혁신함은 물론 조직, 시스템, 업무수행 방식까지 다 바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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