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153.0%→81.1% 조작 실체 논란
[메가경제=정진성 기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하라고 지시했다는 감사 결과를 4일 내놓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시절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2018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무려 3년 6개월간 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핵심 고위 관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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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남기 전 경제부통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
감사원은 이날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가 2020년 7월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을 때 2060년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국가채무비율'이 세 자릿수로 높게 발표될 경우 직면하게 될 비판 등을 우려해 이를 '두 자릿수로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가채무비율이 낮을수록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쓸 여지가 생기는데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 시절 막대한 재정이 곳곳에 투입돼 국가채무를 키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이러한 홍남기 기재부 장관 지시로 전제와 방법 등에서 왜곡 적용돼 수치가 애초 153.0%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81.1%로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재부는 2020년 7월 대략적인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가늠하기 위한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최소 111.6%, 최대 168.2%로 산출했다. 홍 장관은 같은 달 청와대 정례 보고에서 "2060년 국가 채무비율이 100% 이상으로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며"2015년 실시한 전망에서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62.4% 수준으로 전망했으나 5년 뒤인 2020년 현재 전망에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는다고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후 기재부는 같은 달 정식 시뮬레이션을 통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53.0%인 애초 검토안과 129.6%인 신규 검토안으로 구성된 장기재정전망안을 홍 전 부총리에게 보고했다. 이에 홍 장관은 100%가 넘는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국가채무비율 급증에 대한 비판을 우려,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낮추라고 지시했다.
홍 전 장관은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낮추기 위해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한다는 핵심 전제를 '총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의 100%로 연동'하는 것으로 바꾸라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정기획심의관이 우려를 표했으나, 홍 전 장관은 정책 의지를 강조하면서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며 이행을 거듭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장기재정전망협의회 간사였던 기재부 국장은 같은 해 8월 '두 자릿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협의회 심의·조정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전망 전제와 방법을 임의로 변경했다.
정부는 전망의 객관성과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협의회를 구성해 중요 사항을 심의·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기재부 국장은 홍 전 장관의 부당한 지시에 단 한 번의 반론이나 우려를 제기하지도 않았고, 실무자들의 반대를 묵살한 채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81.1% 안'을 부총리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축소·왜곡된 전망 결과가 같은 해 9월 최종 발표되고 국회에 제출됐다.
감사원은 "재정 상태의 진단이라는 장기재정전망의 역할과 목적에 따라 전망 과정에서는 정부 의지가 개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원칙"이라며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축소·왜곡함으로써 장기재정전망의 객관성·투명성 및 정부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정당한 전제와 방법에 따라 다시 장기재정전망을 한 결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48.2%로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홍 전 장관의 비위 행위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관련 인사 자료가 공직 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인사혁신처에 알리도록 기재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해당 기재부 국장에 대해서는 기재부에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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