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국민연금, 한진칼에 주주권 행사… 막 오른 스튜어드십 코드

강한결 / 기사승인 : 2019-02-02 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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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한 이후 첫 '경영 참여' 사례다. 하지만 대한항공에는 경영참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4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부인사, 외부추천인사 등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기금운용위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서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분리해서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고 한진칼에는 '제한적' 범위에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결정이 엇갈린 배경에는 10%룰(단기 매매차익 반환)이 영향을 미쳤다.


박 장관은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스튜어드십코드 운영의 근본적 목적은 기금의 수익성"이라며 "사안이 악화된다면 단기매매 수익을 포기하면서도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에 대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해임이나 사외이사선임·추천 등 강력한 카드는 꺼내지 않았지만, 주주제안을 통해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기금운용위 결정에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하며 "정관변경을 요구할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짤막한 우려 성명을 냈지만, 내부적으로는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최소한으로 하기로 한 국민연금 방침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에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에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더구나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아예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숨 돌렸다"며 긴장을 푸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한진칼에는 경영상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경영참여 방법으로 자본시장법에 따른 매매규정을 따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사해임 안건 등은 주주권 행사범위에 포함하지 않는 등 제한을 뒀다. 국민연금은 또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한진칼을 '중정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수탁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주주 활동 등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행동지침이자 모범 규범이다.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경영권 행사가 본격화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여론은 정부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 현대,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지분을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네이버, KB금융, 신한지주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며,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화학, 현대모비스 등은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기업 오너의 비행을 막기 위해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첫 대상은 오너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조양호 일가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대기업 오너의 갑질을 막는 선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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