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현대重 물적분할의 의미와 전망

김기영 / 기사승인 : 2019-06-03 16: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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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김기영 기자]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의 장소까지 바꿔가며 주주총회를 강행해 물적분할(법인분할)을 관철시켰다. 물적분할의 주 내용은 기존의 현대중공업을 새로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것이었다. 이 같은 조치는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물적분할 의결을 위한 주총을 소집했으나 노조가 회의장을 점거하며 반발하자 장소를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해 회의를 진행했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노조가 극렬하게 반발하며 주총 무효를 선언했다. 노조는 주총 결정에 반발하면서 3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는 한편 주총 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강행한 이유와 의미는 무엇이고, 향후 사태의 진행 양상은 어떻게 될까.


우선 물적분할의 이유와 의미를 두고는 사측과 노조의 견해가 극명히 갈린다. 사측은 물적분할을 해야 향후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체의 거대 기업 탄생이 몰고올 파장 탓에 기업결합에 대해 각국 공정 당국의 승인심사를 거쳐야 한다.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유럽연합(EU)과 중국·일본 공정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비, 보다 수월하게 승인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물적분할이 필요했다는 게 현대중공업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이번 조치를 해석하고 있다. 아직 우리 당국의 승인도 나지 않았는데 물적분할부터 추진한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물적분할이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행위라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 근거는 이렇다. 이번 주총 결정으로 인해 신설된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부채비율이 기존의 62.1%에서 1.5%로 크게 줄었다. 반면 재탄생하는 현대중공업의 부채는 기존의 두 배 수준인 115%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에 자산을 넘기고 부채를 대거 떠안은데 따른 결과다.


결국 알짜 자산을 가져간 중간 지주사는 배당을 늘리게 되고, 그로 인해 오너가 3세의 기업 승계를 위한 실탄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이번 조치에 따라 손자회사로 편입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진 점도 노조의 의구심을 자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또 재탄생하는 현대중공업의 부실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부실해지면 구조조정 등의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근로자들의 직업 안정성이 불안해진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물론 사측은 물적분할 이후 현대중공업의 부채가 경영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분할 후 근로자들에게 어떤 불이익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협약과 고용안정도 약속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주총 결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첫 번째 쟁점은 사측이 주주총회 장소를 바꾼 뒤 회의를 강행한 것이 합당한 이유를 기반으로 삼고 있었는지 여부다. 또 하나의 쟁점은 사측이 주총 장소를 바꾸면서 주주들에게 고르게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는지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사전에 충분히 장소 변경을 고지하고 이동 수단을 제공했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를 종합해 사측의 행위에 합리성이 있는지를 따져 상황에 맞는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슷한 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기는 하다. 2000년 국민은행 주총과 2013년 씨제이헬로비전 주총이 그에 해당한다. 이들 사건은 모두 노조가 주총장을 봉쇄 또는 점거해 회의 개최가 어려워지자 사측이 장소를 변경한 케이스들이다. 이들 주총에 대해 대법원은 각각 무효판결을 내렸다. 대법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걸린 기간은 둘 다 3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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