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연이은 노사 갈등 ‘소통 부족’ 지적...넥슨도 노사갈등에 ‘몸살’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고액 연봉, 다양한 복지 혜택 등 많은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국내 대표 IT 기업들이 지난 상반기 내내 ‘갑질’, ‘불통’ 등 조직 내 노사 갈등에 휩싸이면서 한바탕 내홍을 치렀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부터 빠르게 몸집을 불려온 국내 IT 산업이 고속 성장의 그늘에서 곪아왔던 상처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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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연합뉴스] |
네이버에서는 지난 5월 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개발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추모의 글과 함께 상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고인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폭로가 이어져 사태가 일파만파 번져갔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량과 더불어 직속상사들의 지속적인 ‘갑질’ 탓인 것으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고인의 직속상관 임원 A 씨는 평소 직원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내뱉는 등 폭언을 일삼았으며, 일부 직원들은 이를 못 견뎌 퇴사하는 상황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임원 B 씨 역시 고인을 격무와 폭언에 시달리게 한 사실이 노조 측 자체 조사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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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사옥 [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2019년부터 A 씨 문제를 직원들로부터 전해 듣고도 방조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최 COO는 직원들이 A 씨 문제를 꺼내들자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이번 사건으로 A 씨를 해임했으며, B 씨에게는 3개월 감봉 조치를 내렸다. 최 COO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네이버 내 모든 직위를 내려놨다.
이에 노조 측은 최 COO와 B 씨의 해임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위원회 설립을 요구했다.
특히, 최 COO가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비롯해 해피빈 재단 대표 등 계열사 경영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모든 직을 내려놓을 것을 촉구했다.
사태가 점차 심각해지자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수습에 나섰지만 노조 측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GIO는 지난달 30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기업문화 쇄신을 약속했지만, 노조 측은 네이버 창업 공신이자 최측근인 최 COO의 해임 요구에 대해 이 GIO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점을 비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두 사측에서 공식적으로 알린 바 없는 사실들”이라며 “특히 가해자들에 대한 정보는 사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대외비이기도 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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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CI |
국내 대표 IT 회사로 라이벌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카카오 역시 연이은 노무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2월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보이는 작성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게시글을 남기자 큰 사달이 벌어졌다.
작성자는 카카오의 인사 시스템 항목 중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고 싶나요’라는 설문을 통해 동료들의 평가를 받는 방식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해 이를 두고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일부 임원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포상제도를 시행해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에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사태를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사 평가는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소통의 창을 열어두고 개선 필요성에 대한 여러 의견을 계속 모으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숙박권 논란에 대해서는 “번아웃이 우려되는 임직원에게만 포상하는 파일럿(단발성) 제도였으며, 이후 사내 의견을 수렴해 곧바로 종료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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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CI |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 넥슨코리아 역시 일부 직원들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 논란으로 노동조합 측과 마찰을 빚었다.
넥슨코리아는 업무에 투입되지 못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사 및 자회사 네오플 직원 16명을 대상으로 대기발령 조치하고, 특별한 보직도 주지 않은 채 임금의 75%만 지급하기로 하자 노조의 거센 반발을 산 것이다.
넥슨과 자회사인 네오플은 프로젝트 중단 시 개발자가 재배치를 위해 타 부서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봐야 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넥슨 측은 대기발령 기간 동안 외부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200만 원의 교육비도 지원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사자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은 부당하다는 노조의 입장과 부딪혔다.
넥슨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입장을 묻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 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들의 창업자들이 대외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관료화된 조직의 효율성과 견고함을 추구하면서 오너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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