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김흥국 회장 병아리 10마리 시작해 HMM 품고 재계 13위 등극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9 10: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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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국적사로 재 탄생... '승자의 저주' 종식은 과제
HMM 노조 "파업 불사...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 총동원"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하림이 동원과 경쟁 끝에 HMM을 품었다.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품은 하림은 머스크, MSC 등 글로벌 해운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국적선사가 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은 추가 협상을 거쳐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림이 HMM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진=하림= 

 


업계에서는 하림이 본입찰에 6조4000억원대로 투찰해 동원그룹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차이로 인해 하림이 정량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홍국 하림 회장은 "HMM 인수를 통한 밸류체인 강화는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잘할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며 HMM 인수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전에서 입찰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구채 주식전환 부담과 경영권 약화 가능성 때문에 인수 희망가를 본입찰 마감 한시간 전까지 재검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수의지를 불태웠던 동원그룹은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들게 됐다. 양측의 가격 격차는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동원은 하림 측이 본입찰에 앞서 HMM 인수 뒤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3년간 5000억원 제한, 사외이사 지명권 조건 등을 문제삼을 만큼 적극적이었다. 김재철 명예회장까지 나서 "HMM 인수를 마지막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명예회장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림은 동원이 문제 삼았던 영구채 3년 전환 유예, 사외이사 지정 권한 등 매각 측이 보낸 주주간계약(SHA) 초안에 대한 수정 제안을 모두 철회하면서 최종 승자가 됐다.

하림은 선박을 활용한 자산 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인수금융 없이 팬오션만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림 김 회장은 열한 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을 일궈냈다.

2015년에는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58%를 1조 80억원에 인수했다. 팬오션을 인수할 때도 세간에서는 "닭고기 전문 기업이 팬오션을 인수해서 뭐하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당시 팬오션은 법정관리까지 받았지만 하림이 인수하고 나서 실적이 호전됐다. 팬오션은 지난해 매출 6조4200억원, 영업이익 79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각각 40% 가까이 성장했다.

하림 관계자는 HMM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갖고 매각측과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림은 HMM 인수로 재계 순위도 껑충 뛴다. 현재 하림그룹의 자산은 17조원으로 재계 27위에 올라있다. HMM은 25조8000억원으로 19위다. 두 기업의 자산을 합치면 42조8000억원이 된다. 단숨에 13위에 등극하게 된다.

한편 하림이 HMM 최종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 우려가 뒤따른다. 현금성 자산이 1조 6천억원에 불과한 하림이 HMM 인수를 위해서는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의 자금력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림이 HMM의 새 주인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꼴'이라고 분석하며, 충분하지 않은 자금력이 HMM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인수전 과정에 불거진 특혜 시비도 풀어야 과제다. 지난 15일 하림 김 회장은 HMM 우선협상자 발표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길에 동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딜을 앞두고 대통령 순방길에 동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면서 "이번 딜은 어떤 형태로든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HMM 노조도 하림으로 매각에 대해 '졸속 매각'이라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19일 밝혔다. HMM 노조는 "5만 원이 든 지갑을 만 원에 팔려하는 꼴"이라며 "인수비용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해 결국 이자는 HMM에서 빼 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정근 HMM해원연합노조위원장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 투쟁할 생각이다. 파업이든 출항 거부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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