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리더십, 미래 모빌리티 체질 전환
[메가경제=정호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 고관세와 글로벌 불확실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사장단을 비롯한 인사를 통해 모색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조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과 미래차 조직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공석이었던 AVP 본부장과 R&D 본부장 자리를 채우는 것이 이번 인사의 우선 과제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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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프레드 하러 사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
R&D 본부장은 만프레드 하러 R&D본부 차량개발담당이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맡게 됐다. 하러 사장은 아우디·BMW·포르셰 등에서 섀시, 전장,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끈 인물로, 2024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제네시스와 현대차 'N' 등 고성능 차량 개발에 힘쓰며 현대차·기아만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기여한 점이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송창현 사장의 사임 이후 공백이 생긴 AVP 본부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업계에서는 최진희 포티투닷 부대표 등이 거론됐지만, 실제 인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송 전 사장 주도로 추진돼 온 SDV 개발 전략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율주행 기술 관련 프로젝트는 기존 계획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제조 부문에서는 정준철 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사장은 생산기술을 담당하는 제조솔루션본부와 수익성·공급망 관리의 핵심인 구매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그룹이 주력으로 추진하는 미래 생산체계 구축과 로보틱스 전략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국내 생산담당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도 새롭게 임명됐다. 제조기술 엔지니어링 전문가로 알려진 현대생기센터 최영일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공장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 중심의 가동 솔루션을 재편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두 명의 사장 승진자를 SDV 체계 전환의 핵심 포지션에 발탁했다"며 "엔지니어링 전문가를 국내 생산담당으로 임명해 모빌리티 기업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 북미권역본부장인 윤승규 부사장은 어려운 경쟁환경 속에서 전년 대비 8% 이상의 소매판매 신장을, 이뤄낸 성과로 사장 승진을 이뤄냈다.
◆ 서강현 복귀…미국 제철소·철강 경쟁력에 방점
이번 인사로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를 맡았던 서강현 사장이 그룹 내 기획조정담당으로 복귀하게 됐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서 사장은 2013년 경영관리실장(이사대우)로 임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회계관리실장(상무), 재경본부장(전무),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서 대표의 복귀는 그룹 전반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R&D 영역에서 비용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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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령 현대제철 사장.[사진=현대차] |
후임으로는 현대제철 생산본부장 이보룡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1965년생인 이 사장은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하이스코에 입사했으며, 2015년 현대제철 흡수합병 이후 냉연생산실장, 연구개발본부장, 생산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번 승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 규모 제철소 건설을 약속한 데 따른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무 개선보다는 철강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국 제철소 건설 추진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 R&D 높이고 나이 낮추고...40대 인사 전면 배치
한편, 올해 임원 승진자는 219명으로 전년 대비 20명 줄었다. 인사 규모는 축소됐지만, R&D와 미래 사업 등 핵심 조직의 권한과 역할은 오히려 강화됐다는 평가다.
승진 대상자의 약 30%는 R&D 주요 기술 분야에서 나왔으며, 배터리설계실장 서정훈 상무와 수소연료전지설계1실장 김덕환 상무 등 미래 전략과 직결된 분야에서 인사가 이뤄졌다.
연령대도 낮아졌다.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지성원 전무는 40대 부사장으로 신규 발탁됐다. 상무 신규 선임자 가운데 40대 비중은 2020년 대비 24%포인트 증가했으며, 상무 초임 평균 연령도 40대로 진입했다. 80년대생 상무는 조범수 현대차 외장디자인실장과 권혜령 현대건설 플랜트기술영업팀장 등 총 12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 쇄신과 리더십 체질 변화를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 혁신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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