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시장 주도 나선 LG엔솔, 글로벌 배터리 질서 재편 신호탄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를 상대로 대규모 특허 침해 소송에 돌입하자 글로벌 배터리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단순한 개별 기업 간 분쟁을 넘어 K-배터리 핵심 기술을 둘러싼 ‘특허 주권 수호전’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의 배터리 특허를 관리하는 BMS Innovations(이하 BMS)는 BYD를 상대로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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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4가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의 BYD의 자사 특허침해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이미지로 구현했다. [사진=챗GPT4] |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LG엔솔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특허 권리 행사와 라이선싱(로열티)을 전담하는 조직 구조를 통해 전략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배터리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BMS 전면에 세운 '특허 전담전'...유럽 통합특허법원서 속전속결 돌입
미국 소재 특허관리 전문 업체인 BMS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핵심 특허를 전문적으로 관리·행사하는 특허 전담 조직으로 ▲특허 보유·관리 ▲특허 라이선싱(기술료 납부로 사용 허락) ▲특허 권리 행사 및 소송을 전담하기 위해 만든 특허 전문 법인(Special Purpose Entity, SPE)의 조직이다
앞서 9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유럽 통합특허법원 지역 분과의 공식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3일(현지시간) 원고인 BMS와 BYD 측의 합의를 받아들여 소송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명령했다.
당초 BYD 중국 본사 및 유럽 내 9개 계열사에 대한 소송 서류를 각각 법원에 전달해야 하는데 송달 문제로 인해 재판 시작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해당 법원은 피고(BYD)측이 이미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송달일을 지난 5일로 결정했다.
그래서 소송이 늦어지지 않게 됐고 BYD는 5일 날짜를 기준으로 정해진 기한 안에 답변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법원이 '서류 전달 때문에 BYD 측이 시간을 끌 여지'를 사실상 차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BYD는 오는 3월 5일까지 본안 전 항변(특허를 침해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는 본안 심리)을 오는 5월 5일까지는 방어 답변서(Statement of Defence)를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재판이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LG화학이 출원해 등록한 유럽 특허 EP3393001, 즉 ‘배터리(이차전지) 관리 장치’와 관련된 기술이다.
해당 특허는 배터리의 안전성과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현재는 LG화학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로 귀속됐다.
◆ 튤립 특허풀 전략 가동...중국 배터리 진영 겨냥한 'IP 압박' 본격화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글로벌 특허관리 기업 튤립 이노베이션(Tulip Innovation)이 운영하는 ‘배터리 특허 풀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이 전략이란 특허를 모아서 관리하고, 특허를 이용하려는 기업과 라이선스 협상을 하는데 말이 안 통하면 소송을 대신 수행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튤립 이노베이션(이하 튤립)은 LG엔솔과 파나소닉 등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특허를 묶어 라이선스 협상과 법적 대응을 대행하고 있으며 현재 5000건이 넘는 배터리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를 관리 중이다.
앞서 튤립은 라이선스 체결 요구를 거부한 중국 배터리 업체 신왕다(Sunwoda)를 상대로 독일 법원에 소송을 걸었고 세 차례 연속 승소해 판매 금지 및 제품 폐기 명령을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신왕다 측에 기술 무단 사용이 지속되자 최근에는 한국 무역위원회(KTC)에 신왕다와 고객사인 중국의 지리자동차까지 제소해 법적 공세를 한국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할 때 BYD에 대한 LG엔솔의 소송은 중국 배터리·전기차 기업 전반을 향해 던진 ‘최종 경고’로 업계는 해석한다.
이미 CosMX, BAK 배터리 등 일부 중국 업체들이 튤립 특허 풀에 합류한 상황에서 BYD 역시 막대한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라이선스 계약 체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엔솔이 이처럼 강경한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업계에 만연한 ‘특허 무임승차’ 관행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LG엔솔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온 오리지널 이노베이터임에도 불구하고 후발 기업들이 정당한 대가 없이 핵심 기술을 사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IT 기기용 소형 배터리부터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이미 상업화돼 시장에 유통 중인 경쟁사 제품 상당수에서 LG엔솔의 고유 기술을 침해한 정황이 다수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엔솔은 단순한 소송 대응을 넘어 글로벌 배터리 특허 라이선스 시장 자체를 제도화하고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불법 사용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하면서 합리적인 특허 거래를 통해 공정한 경쟁 질서를 구축하는 ‘룰 세터(Rule-setter)’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산업의 기술을 선도해온 오리지널 이노베이터로서 기술 주도권을 지키는 것은 물론 배터리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특허권의 정당한 거래 시스템을 조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경쟁 구도가 단순한 가격·물량 경쟁에서 기술과 지식재산권(IP) 중심 경쟁으로 한 단계 격상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K-배터리가 쌓아온 기술의 가치가 법정에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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