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조직개편·내부통제강화'고삐 한 목소리
임원 이상 연대책임 묻는 상벌개념 강화 특징요소
"대표이사 강한 제제 조치?" 안착 여부 관련 의문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올해부터 은행·금융지주사들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관리자급 이상 모두 책임을 묻도록 하는 책무구조도를 본격 실시한다. 그동안 은행들의 연이은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CEO 책임론까지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지배구조 변경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지주사들이 아무리 지배구조를 개정해도 사고발생시 핵심인 대표이사 면직처리 등 징벌 수준까지 닿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실효성면에서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
▲] 지난해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져 나온 가운데 이달들어 은행·금융지주사 내 ‘책무구조도’가 본격 가동됐다. [사진=연합뉴스] |
9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결과에 따르면 1월부터 은행, 지주사들은 금융사고 발생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CEO 연대책임제도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표를 비롯한 금융사 임원이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해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횡령 및 부정대출 등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칼을 빼 들었다.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7월 3일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내부통제와 관련된 구체적 책임 영역을 작성한 ‘책무구조도’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해가 바뀌고 지난 1월 2일 금융지주·은행 63곳에 대한 책무구조도 제출 시한도 마감했다.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마무리했다. 각 임원의 책무를 규정하는 책무구조도 외에도 본점과 영업점 부서장들의 효과적인 내부통제와 관리를 위해 ‘내부통제 매뉴얼’을 별도로 마련했다. 부서장에서 은행장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를 위한 ‘책무구조도 점검시스템’도 도입해 임직원들의 점검 활동과 개선 조치들을 시스템 상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해 책무구조도 이행을 강화하도록 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윤리경영·경영진 감찰 전담 조직인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윤리적 기업문화 확립에 주력하도록 했다. 윤리경영실장에는 검찰 출신 이동수 변호사를 영입시켰다.
특히 정보보호본부와 자금세탁방지본부를 준법감시인 아래로 모아 재배치함으로써 일부 중복되는 내부통제기능을 제거했다. 임금피크제 대상에 놓인 직원들 대상으로 상당수 후선역으로 감사인으로 배치하는 제도도 검토 중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준법감시인 산하에 있던 본부급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의 소비자보호담당(C-level)으로 확대 재편하고, 지주 및 계열사 내부통제 조직의 부서명을 '준법추진부'로 일원화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준법감시인 산하에 상시감시, 책무관리 전담조직을 별도로 설치해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더욱 촘촘히 하는 동시에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더욱 강화했다. 아울러 인사평가항목에 내부통제지표를 신설해 정도영업형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내부 법령통지시스템과 내규관리시스템을 통해 법규 및 내규를 임직원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내부고발 제도 활성화, 윤리강령 및 내부통제 교육 시행 등 부패방지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특히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받는 임원과 관련 본부 부서장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 체계가 조기에 도입될 수 있도록 추진해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보다 불명확했던 내부통제 책임 범위가 명확해질 순 있어도 과연 대표이사 책임까지 강하게 물을 수 있는 징벌개념이 통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관 책무를 배정받은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다각적 조치를 취할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실 이번 책무구조도 도입은 방식만 다를 뿐,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게 사고시 대비할 수 있는 지배구조 변경을 요청해 왔다"며 "문제는 핵심이 대표 책임을 묻는 것인데, 매번 정부가 책임론 문제를 들며 지적할 때마다 금융지주사들이 복잡한 관리·감독체계를 바꿔왔지만, CEO 제재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제도 역시 강한 징벌개념이 통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고객을 보호해야 할 법리적 의무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지금 당국에서 주문하는 내부통제 강화 주문들은 사실 법리에서 벗어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되면 중대재해 처벌법과 유사할 만큼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제대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주·은행부터 시작된 책무구조도 도입 시기는 업권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투자업자·보험사는 오는 7월 2일부터 시행하고, 5조원 미만 금융투자업자·보험사, 자산 5조원 이상 여신전문금융회사, 자산 7000억원 이상 상호저축은행 등은 2026년 7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