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현장도 '인공지능 감독' 가능할까

유원형 / 기사승인 : 2017-12-23 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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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유원형 기자] 4000년을 자랑하는 인간의 바둑 역사를 단숨에 뒤집은 인공지능(AI)이 축구 전술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고수 이세돌 9단에게 3연승을 거두며 세기의 대결 승자가 됐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까지 인간을 이길 수 있다고 하는 판에 스포츠 경기에서 전술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상상은 결코 헛된 생각이 아니다.


전통적인 스포츠 현장에서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큰 화제다. 최근에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에서 감독의 머리를 대신해 전술을 대신 짜고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인공지능 감독'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김학범 성남FC 감독과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학범 성남FC 감독과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K리그 클래식에서 전략가로 통하는 김학범 성남FC 감독과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축구는 물론 그 어떤 스포츠에서도 인간 감독을 대신해 전술을 짜고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 데이터 분석하는 감독의 보조역할까지는 가능하다?


스포츠에서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독일축구대표팀은 2014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독일의 IT기업인 SAP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SAP 매치 인사이트'는 스카우트 당시 데이터부터 경기장에서 녹화된 동영상까지 모든 기록을 동기화해 코치가 경기의 주요 순간을 손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선수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선수의 운동량과 순간 속도, 심박수, 슛 동작, 공의 방향 등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분석 결과는 태블릿을 통해 감독과 선수단에 전송된다.


또 90분 경기 동안 누적되는 데이터는 상대팀 대응전략과 교체 선수 지명, 선수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훈련 계획을 짜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인공지능 감독'은 이를 한 차원 더 넘어선다.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직접 전술을 짜고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차원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바둑을 정복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온 것 같다"고 웃은 뒤 "하지만 축구 경기에서 전술을 짜고 지시를 내리는 것은 결코 인공지능이 정복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다만 감독이 전술을 고민하는데 조금 더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는 보조자 역할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도 "아무리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90분 내내 쉴새없이 돌아가는 상황을 즉시 대처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인간이 하는 스포츠, 인공지능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인공지능이 결코 인간을 대신해 감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경기는 인간이 뛴다는 점이다. 인간이 경기장을 누비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학범 감독은 "바둑이 아무리 무한대에 가까운 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돌을 바둑판 위에 놓으면 그걸로 끝 아니냐"며 "하지만 스포츠는 인간이 운동장에서 쉴새 없이 뛴다는 것이 바둑과 분명 다르다.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이나 부상, 상대팀의 전술 변화 등 다양한 변수까지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정원 감독도 "인공지능이 상대팀에 맞춰서 포메이션을 대신 짠다거나 어떤 전술로 해야 더욱 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계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생각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한다. 아무리 빠른 컴퓨터라도 돌발변수를 계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인공지능이 감독 영역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스포츠 현장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독일 축구대표팀의 SAP 매치 인사이트 말고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키나트랙스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선수들의 부상을 관리한다.


또 호크아이 판정 시스템 등 과학의 힘을 빌려 판정을 더욱 정교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언론계에서는 스포츠 기사를 로봇이 쓰는 시대가 됐다. 스포츠 현장에 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되는 것은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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