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구자학 아워홈 창업 회장 별세...대한민국 산업화 이끈 큰 별 지다

이석호 / 기사승인 : 2022-05-12 09:12:46
구인회 LG 창업주 3남으로 그룹 키워...이병철 삼성 창업주 사위
2000년 아워홈 독립...LG유통 사업부 떼 20년 만에 8배 성장시켜

구자학 아워홈 창업 회장이 1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아워홈 제공]



구 회장은 1930년생으로 경남 진주에서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진주고를 졸업한 뒤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 1959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군 복무 시절에는 6.25 전쟁에도 참전했으며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을 수여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디파이언스 대학교(Defiance College) 상경학과에서 학업을 마쳤다. 

 

▲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모습 [아워홈 제공]

1957년에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둘째 딸인 이숙희 씨와 결혼해 화려한 재계 혼맥으로 주목을 받았다.

구 회장은 1973년 호텔신라 사장을 맡는 등 10여 년간 LG가를 떠나 삼성그룹에 몸담았다.

하지만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로 두 그룹이 갈등을 빚게 되자 LG로 돌아가 경영에 합류했다.

이후 럭키(현 LG화학), 금성사(현 LG전자),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LG건설(현 GS건설) 등에서 최고 경영진으로 활동하면서 LG그룹 성장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한국 산업화 역사에서 ‘산증인’으로 통했다.

아워홈 측에 따르면, 구 회장 재직 시절 럭키는 1981년 ‘국민치약’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고, 1983년에는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 소재를 개발해 국내 화학산업 부흥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어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했다.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굴지의 일본 기업을 제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 1983년 한·독 수교 100주년 기념사업 행사장에서 독일 기업인을 맞이하는 모습 [아워홈 제공]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의 FS(식품서비스) 사업부를 떼 아워홈을 설립하면서 그룹에서 독립했다.

창업 당시 2125억 원이던 아워홈의 매출은 2021년 기준 1조 7408억 원으로 8배 이상 성장해 국내 대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단체급식사업도 화학, 전자 등 첨단산업 분야와 같이 연구개발(R&D)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0년 업계 최초로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아워홈 측에서는 “단체급식 회사가 대량 생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연구원까지는 불필요하다”는 당시 임원들의 반대 의견에도 구 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1만 5000여 개의 레시피를 개발했고, 100여 명의 연구원이 매년 약 300가지의 새 메뉴를 내놓고 있다. 

 

▲ 구자학 회장이 2018년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아워홈 제공]


생산·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이었던 구 회장은 고령에도 생산·물류센터 부지를 찾아서 전국을 도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에 진출한 뒤 2014년 청도에 식품공장을 세운 데 이어 2017년 베트남 하이퐁 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도 서둘렀다.

2018년에는 기내식 업체 ‘HACOR’를 인수해 LA국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의 기내식 납품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공공기관 식음서비스 운영권을 수주하는 등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구 회장은 와병 전 아워홈 경영 회의에서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새 많이 변했습니다”라며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는 말도 남겼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 씨와 장남 본성, 딸 미현·명진·지은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며,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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