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잉여금 1조7000억원, 반도체 등 미래 사업서 희망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영풍이 최근 고려아연과의 갈등, 연간 영업적자, 중대재해, 주가부진 등 연이은 위기를 맞고 있다.
8일 유가증권시장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영풍은 이번 주 1주당 40만원대 초반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52주(1년) 최고가인 지난해 7월 26일 장중 60만 9000원에 비해 30%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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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영풍] |
이는 사상최저치를 찍었던 올해 4월 19일 장중 38만500원에 비해 소폭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 약세는 지속되는 형국이다.
문제는 영풍 주가의 반등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영풍의 위기는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업체이자 그룹 핵심계열사인 고려아연과의 분쟁에서 비롯됐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고문이 각각 경영을 맡는 등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오랜 기간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 등을 진행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협력 관계도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공동으로 진행해온 원료 구매 및 영업활동을 중단한 데 이어, 황산 취급 대행 계약도 종료했다. 단 영풍 측은 원료 공동구매·제품 공동영업 종료가 자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매년 수천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영풍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 왔다. 2020년 고려아연 매출은 영풍그룹 전체 매출에서 76.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업황 악화에도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기준 6591억 원의 영업이익을, 매출도 9조7045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풍의 최근 3년간 경영실적(별도기준) 추이를 보면 매년 2021년에는 728억원, 2022년에는 1078억원, 2023년 16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당기순이익은 2205억원 흑자를 냈다. 고려아연이 최근 5년간 3576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영풍에 줬기 때문이다. 사실상 영풍은 고려아연의 배당금으로 적자를 메운 셈이다.
믿었던 전자부품과 반도체 사업 등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도 부담스럽다. 지난해 12월 6일 석포제련소에서 공정 물질을 저장하는 탱크 모터를 교체하던 4명이 1급 발암물질인 비소에 중독됐다. 이 사고로 60대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원·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다쳤다. 이로 인해 ㈜영풍 법인과 박영민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입건되는 등 사법리스크도 커져가는 양상이다.
게다가 영풍은 또 다른 알짜 계열사인 서린상사의 경영권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 측이 지분 66.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실적도 좋아 지난해 매출 1조5290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에 서린상사마저 이탈한다면, 영풍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영풍 주가 하락세는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이 시장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영풍이 현재 어두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영풍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7000억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활용될 수 있다. 전자부품과 반도체 사업 등도 여전히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분야”라고 전했다.
영풍 측도 현재 조업을 정상화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며, 안전 대책도 강화하고 있다. 조업이 정상화되고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가 완료되면 실적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회사 측은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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