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사측 블라인드 게시글까지 증거자료로 제출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CJ제일제당에서 지난 1월 이후 진행된 단체교섭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사간 입장 간극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노조가 총파업 강행 카드를 꺼내드는 데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메가경제' 취재결과 확인됐다.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CJ제일제당 노조는 오는 8일 천안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하고 투쟁 일정 등을 확정짓는다.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이 결정돼 장기화될 경우 특히 CJ제일제당의 주력상품인 햇반과 비비고 김치, 냉동밥 등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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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하단)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사진=CJ제일제당] |
노조가 지난 6월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를 피신청인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상태다. 사측은 고용노동부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게시글까지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등 다급한 행보를 이어가 논란을 키우는 실정이다. 메가경제는 현재까지 상황을 점검해 봤다.
앞서 노조는 지난 6월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를 피신청인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 23일 법무법인 중앙법률원을 통해 고용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이유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 2023년 임금인상 내용에 포함된 연봉계약을 이미 체결했음에도 지난 6월 21일 임금 지급 시 5월 11일, 19일, 26일 쟁의행위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의사에 반해 이들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공제한 행위 ▲ 지난 3월과 4월 조합활동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개별 호출해 임금 인상분의 반환을 요구한 행위와 4월 21일 임금 지급 시 이를 삭감·공제한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인상분 삭감공제가 아닌 과오납 처리 과정상의 문제라며 조합원임을 알았다면 법 원칙에 따라 지급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조합원에 대한 임금인상은 임금 협상 타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법 원칙이고, 노조 또한 조합원에게 임단협 타결 전 일방적 인상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 등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회사에 고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로 구제 신청한 결과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노조의 총파업 시기도 지노위 결과가 나오는 광복절 이후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경 투쟁을 예고한 노조는 "사측이 협상에서 불성실한 교섭으로 일관한다면 '강 대 강'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올해 1월부터 실시한 임금 교섭에 대해 노조가 많은 양보를 했음에도 아직 체결되지 않은 것은 사측이 불성실한 교섭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도 노조가 지노위에 구제 신청한 것과 관련해 사측도 많은 증거를 수집해 지노위에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사측이 제출한 증거에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까지 화면 캡쳐한 내용도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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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 온라인 게시판 캡처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
사측은 "답변서 내용의 보조 증거물 중 하나로, 열린협의회에서의 비조합원 의견과(3월 임금 인상이 차질 없이 지급되는지에 대한 우려) 유사한 여론이 블라인드에 올라와 있어 그러한 의견들이 당시 비조합원들 사이에 있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여론 조작을 위해 블라인드 게시물을 조작하거나 선동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증거로 제출한 것은 노조와의 원만한 협상을 이어가고자 하는 태도로 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CJ제일제당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매주 목요일 일과 후 진천상공회의소에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5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노조의 상경 파업투쟁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일 노조의 총파업이 장기화되면 CJ제일제당의 주력상품인 햇반과 비비고 김치, 냉동밥 등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노조가 지난 5월 부분파업을 진행했을 때 비비고 김치 결품 이슈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파업은 부분파업이 아닌 총파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햇반과 김치뿐만 아니라 냉동밥 등의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이 이번 노조 총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CJ제일제당 창사 70년 만에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극단적 상황이 장기화하면 CJ제일제당 실적과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지난해 8월 43만 7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계속 우하향 곡선으로 그려 7월말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6%가 빠진 2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가 전망도 부정적이다. IBK투자증권은 "CJ제일제당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6% 줄어든 7조 3222억원, 영업이익은 37.8% 감소한 3137억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식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8% 늘어난 2조 7563억원, 영업이익은 17.8% 감소한 1378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노조 이슈로 주요 품목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시장에 원활한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식품사업부문의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노조 이슈까지 발생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한 만큼 노조와의 원만한 타협으로 총파업은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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