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원유 수급 불안, 외신 "역사상 최대 공급 차질"
4월 WGBI 편입 등 수급 호재 대기…"패닉보다 냉정한 대응 필요"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현재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넘어서며 금융시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려 17년 만에 마주하는 수치다.
중동발 확전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쏠림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과거의 '시스템 위기'와 동일시하기보다, 변한 대외 환경에 따른 '환율 영점 조정'으로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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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를 바탕으로 AI 이미지 제작 |
◇ 중동발 '퍼펙트 스톰'…호르무즈 톨게이트화의 충격
현재 환율 급등을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란 전쟁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하나증권 전규연 이코노미스트는 1일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톨게이트화'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블룸버그(Bloomberg)통신와 로이터(Reuters)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평소 하루 100척 내외이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수는 최근 1~5척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의 공급 중단 사건’으로 규정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대체 에너지 확보가 더뎌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 ‘1997년, 2008년’과는 다르다…건전성 지표는 '안전'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하면 시장은 본능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과거의 '구조적 붕괴'와는 결이 다르다.
하나증권은 관련 보고서에서 "과거 위기 당시에는 외환보유고 고갈이나 글로벌 신용위기가 동반됐으나, 현재 한국의 CDS 프리미엄(신용부도스왑)과 대외부채 수준 등 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FT) 또한 최근 한국 경제 분석 기사에서 "한국은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견고한 재정 건전성을 갖추고 있어, 현재의 환율 상승은 통화 가치의 하향 압력이지 국가 부도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즉, 시작점이 달랐을 뿐이다. 금융위기 당시 환율은 1000원대에서 상승을 시작했지만, 이번 전쟁 전의 시작점은 이미 1440원대였다. 절하율(5.8%) 관점에서 본다면 1500원대 환율은 위기의 징후라기보다 전쟁 리스크를 반영한 '가격 재설정(Repricing)' 과정이라고 해석된다.
◇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환율 안방 지키는 구원투수 될까?
단기적인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1460원으로 전망하며 분기별로 점진적인 하향 안정세를 예상했다.
특히 4월 1일부터 공식 시작되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강력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30일 KED Global(한국경제 글로벌 채널)에 따르면, 이번 WGBI 편입을 통해 최대 620억달러(약 80조원 이상)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외국인의 주식 투매 물량을 상쇄하고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 주요국 금리차 축소, 달러 강세 누그러뜨릴 것
통화 정책의 변화도 변수 중 하나다. 미 연준(Fed)이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일시적으로 판단하고 연내 금리 인하 경로(9월 예정)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에너지 발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며 매파적인(통화 긴축 선호,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이거나 긴출 재정을 강경한 입장을 뜻함) 스탠스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 19일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방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며 금리 동결 혹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러한 주요국 간의 금리 차 축소는 장기적으로 미 달러화의 일방적인 강세를 저지하고 원·달러 환율의 안정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2026년 상반기 금리인하시계는 ‘일시 정지’
결국 중동 전쟁과 환율 급등이라는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향후 금리 향방은 ‘지연된 인하(Higher for Longer)’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1일 집계 기준으로 美 연준(Fed)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당초 기대했던 6월 인하 설을 접고, 9월 이후로 인하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 역시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현재의 연 3.5% 금리를 당분간 동결하며 시장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2026년 2분기는 전쟁 리스크가 반영된 '고환율-고금리'의 정점을 지나는 시기가 될 것이고 환율은 4월 WGBI 편입 자금 유입으로 하반기 1400원대 중반까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금리 인하 체감은 미국과 한국의 물가가 확실히 잡히는 올해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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