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 미온적 태도
[메가경제=김아영 기자] 물류 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국룰(국민적으로 통용되는 룰)' 여겨졌던 주 6일 배송을 깨고 내년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연중무휴 택배를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의 급성장을 견제하고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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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CJ대한통운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조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 영업이익 1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상승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국내 고객의 중국 이커머스를 이용 빈도가 증가한 데 기인한다. CJ대한통운의 물류 네트워크로 구심점을 잡아 실적 또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물류업계 2위 기업 쿠팡의 성장세가 CJ대한통운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 '7일 배송제 도입'에 영향을 줬다고 풀이된다. 쿠팡의 물류 서비스 자회사인 쿠팡 CLS는 최근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데 2022년 기준 12.7%에서 지난해 8월 기준 24.1%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40%로 쿠팡 큰 격차를 보였지만 지난해 8월 기준 33.6%로 감소하며 격차가 좁혀졌다. 쿠팡 CLS의 빠른 성장세는 물류 업계에서 CJ대한통운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드러내는 상황이다.
주 7일 배송제는 CJ대한통운이 물류 허브라는 강점을 내세워 쿠팡과 격차를 벌리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CJ대한통운이 배송 체제 전환으로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비롯한 정착 과정에서 부작용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미 2018년부터 주 7일 배송 체제를 시행하고 있는 쿠팡은 로지스틱스 CLS(택배 물품 분류 전담 인력) 6500명을 위탁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충성 고객에게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록인효과'를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이처럼 물류업계에서 노동량이 많아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근무 조건을 보장하려 시도하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확대에도 수입 감소 없이 주 5일 근무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CJ대한통운과 쿠팡의 뒤를 잇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 로젠택배 등 주요 택배사들의 동참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27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택배 측은 이와 관련해 입장 표명에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한진에서도 아마존과 알리 상품에 대해서는 일부 서울 지역에 한해 유료로 주 7일 배송을 하고 있다”며 “주 7일 배송 체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검토해 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그룹 내 물류사로서 롯데온·롯데쇼핑과 시너지가 클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의 최대 과제이자 답보 상태인 롯데온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종합물류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물류 경쟁력이다.
이커머스 영역의 최대 난제가 배송 편의성인 시점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미온적 태도는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트·백화점이 가진 배송 경쟁력 또한 경쟁 업체보다 약화된다는 지적 또한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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