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 고각 발사...문대통령 "모라토리엄 파기 근처로 간 것"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1-30 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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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자강도 무평리 일대서…비행거리 약 800km, 고도 약 2천km”
2017년 ICBM 발사 이후 4년여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 이상’ 발사
새해들어 7번째 미사일 발사...2018년 평화국면 전개 후 최대 도발
文 1년여만에 NSC 전체회의 주재…“국제사회 도전이자 안보리 결의 위배”
외신들 신속 타진하며 북한의 ICBM 모라토라엄 철회 가능성에 촉각

북한이 지대지 전술유도탄 2발을 쏜 지 사흘 만인 30일, 이번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중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4년2개월여 만이고 올들어 쏜 미사일을 합치면 무려 일곱 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발사체를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뒤 대책을 논의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전 7시 52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으로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천㎞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정부는 이날 발사된 미사일을 중거리탄도미사일로 판단하고,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발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사정거리는 통상 600∼3500마일(약 960∼5600㎞)이며, 사정거리가 3500마일 이상인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분류된다.

 

▲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연합뉴스]

 

일본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임시 기자회견에서 “상세한 내용은 지금 분석 중이지만, 해당 탄도미사일이 통상 탄도 궤도라면 최고 고도는 약 2천㎞, 비행시간은 30분 정도로 약 800㎞를 비행해 동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평소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해 사거리를 억제하는 고각 발사라는 견해를 보였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마쓰노 장관은 최고 고도 등을 근거로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북한이 단거리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 시험발사 후 4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2018년 평화국면이 전개된 이후 최대 도발로 여겨진다.

북한은 올들어 끊임없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한 달 새 무려 일곱 차례나 쏘아올렸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1년 말 집권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 올해 들어 북한은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까지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래픽=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연속 쐈고, 14일에는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 위 열차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또, 17일에는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로 불리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쏜 데 이어, 25일엔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 27일엔 탄두 개량형 KN-23으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발사 직후 주재한 NSC 회의에서 원인철 합참의장으로부터 발사 관련 동향을 보고받고 안보상황과 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2017년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도발’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북한의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그동안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을 지켜왔는데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이런 사항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규정할 경우 한반도 안보정세가 급속하게 냉각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취임 후 11번째이자, 지난해 1월 21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회의를 연 데 이어 약 1년 만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AP, 로이터,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도 이날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이상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린 사실을 발빠르게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외신들도 이번 발사가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선언 철회로 이어질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개최한 정치국 회의에서 2018년 4월 선언했던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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