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제 요구에 불통, 세 자녀 회사 '제때' 주목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국내 아이스크림과 가공유 시장 강자인 빙그레가 정부의 공식적인 요구에도 제품 가격 인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가격을 내린 식품업체들과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빙그레가 정부 요구를 따르지 않는 배경을 놓고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 승계'와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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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김호연회장이 정부의 물가 인하 압박에도 아이스크림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 |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최근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소비자가격을 9800원으로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말 7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린 것을 고려할 때 1년여 만에 40% 인상이다.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인 '메로나'는 투게더보다 인상 폭이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3월 800원에서 1000원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그해 10월 1200원까지 가격을 재차 인상했다. 올해 3월에도 가격을 거듭 인상해 1500원까지 치솟는 등 1년여 만에 87.5%라는 가공할 만한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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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게더와 메로나 가격이 40%이상 급등했다 [사진=빙그레] |
이 밖에 '비비빅', '슈퍼콘' 등의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과 가공유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우유'도 인상 릴레이에 합류하는 등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이 빙그레 충남 논산공장을 방문하면서 빙그레에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업계 안팎에선 빙그레의 가격 인상이 납득할만한 명분이 없어 정부가 직접 '경고'을 날린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빙그레의 누적 영업이익은 124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84억원)보다 157% 증가했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이 100% 이상 증대된 곳은 빙그레를 빼놓고 삼양식품(124.7%), 농심(103.9%) 등 단 두 곳밖에 없다. 삼양식품과 농심은 해외 판매가 실적 증대의 핵심 요인이지만, 빙그레는 내수 시장의 가격 인상에 힘입어 수익성을 크게 높였다. 빙그레는 올해 1000억원대 영업이익이 확실해져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특히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매출원가율에서 빙그레는 올해 사상 최저치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매출원가율은 67.5%로, 전년 동기 71.8%보다 크게 낮아졌다. 아이스크림 경쟁사인 롯데웰푸드는 7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편에서는 빙그레가 무리한 가격 인상을 고수하는 이유를 두고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빙그레 오너 가족회사인 물류 회사인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씨가 본부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본부장은 제때 지분 33.34%를, 장녀 김정화 씨와 차남 김동만 씨가 각각 33.33%씩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제때는 배당 확대 기조를 매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3세 승계 자금의 원활한 확보를 위한 배당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액면분할로 주식 총수를 크게 늘려 향후 제때의 기업공개(IPO) 준비 움직임도 관측된다.
제때는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 운송이 주된 수익원으로, 2014년 빙그레를 통한 내부거래 일감은 345억 원에서 지난해 761억 원으로 120.5% 증가했다. 빙그레가 2020년 인수한 해태 아이스크림의 일감도 지난해 160억 원으로 나타난다. 두 회사로 인해 발생한 내부 거래액은 921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2.4%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때의 몸집 불리기가 이뤄져야 IPO 등 세 자녀 상속 구상이 명확해질 수 있다"며 "이는 빙그레의 수익성 확보로 인한 일감몰아주기의 지속성 여부가 관건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빙그레가 정부의 요청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어떠한 후속 조치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정부는 가공식품과 외식 메뉴 등 28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관리하고 이를 전담할 사무관도 지정해 물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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