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 10년간 보일러 장치 헐값 거래...경동원·경동나비엔 계열사 부당지원 적발

이석호 / 기사승인 : 2022-05-18 15: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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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원,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 펌프 저가 납품하며 손실 떠안아
경동나비엔, 부당지원 힘입어 기름보일러·펌프 시장서 점유율 확대

자산규모 3조 원이 넘는 기업집단 경동의 계열사들이 10여 년간 보일러 장치를 저가 거래해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됐다.
 

▲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동원이 계열사인 경동나비엔에 보일러와 함께 판매되는 외장형 순환 펌프를 저가로 납품해온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 3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은 각각 24억 3500만 원, 12억 4500만 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경동원은 2020년 말 기준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을 비롯해 친족 및 특수관계법인이 지분 94.43%를 보유한 회사다.

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경동나비엔의 최대주주로, 동일인인 손 회장과 합쳐 전체 지분의 54.5%를 보유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001년 별세한 창업주 고 손도익 회장의 차남이다. 창업회장의 장남 손경호 경동도시가스 명예회장과 삼남 손달호 경동에너지 회장은 각각 따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 외장형 순환펌프 외형 및 설치 방식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경동원은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 펌프를 매출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손실을 보면서도 경동나비엔에 납품한 사실이 확인됐다.

외장형 순환 펌프는 가열된 온수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해 기름보일러와 함께 필수로 설치돼야 하는 장치로 별도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기름보일러 시장은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2018년 기준 기름보일러 시장점유율이 약 57.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장형 순환 펌프 시장은 2000년대부터 기름보일러의 수요가 가스보일러로 대체되면서 규모가 축소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경쟁요소로 작용한다.

윌로펌프, 귀뚜라미, 한일전기 등 경쟁사들 가운데 외장형 순환 펌프 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의 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약 11.9%로 나타났다. 

 

▲ 출처=공정거래위원회


경동나비엔은 당초 계열사인 경동에버런으로부터 외장형 순환 펌프를 공급받았다.

2009년 1월부터는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에 전량을 생산·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때 경동원의 납품가는 매출원가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변동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생산을 많이 할수록 손실이 누적돼 경영이 나빠지는 상황이었다.

거래가격은 기업집단 경동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가격 산정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공통부서 성격인 경동나비엔 소속 기획팀 등에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경쟁이 치열하던 당시 상황에서 경동나비엔은 손해를 보지 않도록 납품가를 설정함으로 인해 경동원이 모든 손실을 떠안는 거래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기업집단 내부에서도 생산할수록 경동원의 손익이 나빠지는 문제가 지적돼 납품가 현실화의 필요성도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계열사 간 저가 거래가 10년 이상 이어지다가 2019년 3월이 돼서야 매출원가에 산업 평균 매출이익률을 더하는 방식으로 내부거래가격 체계를 바꾸면서 지원행위가 중단됐다. 

 

▲ 출처=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경동원이 입은 영업손실 51억 원이 경동나비엔의 이익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또 경동나비엔은 외장형 순환 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고 봤다.

경동나비엔은 경동원의 지원행위가 중단되자 2019년과 2020년에 큰 손실을 냈다.

또 공정위는 경동의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경쟁사의 사업 기회와 신규 사업자 진입이 봉쇄되는 효과가 나타나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 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는 등 시장 경쟁이 저해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결론지었다.

이 기간에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 펌프 시장점유율은 2009년 8.8%에서 2018년 11.9%로 높아졌고, 기름보일러 시장에서도 47.8%에서 57.4%로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장형 순환 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계열회사 간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것”이라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보일러·펌프 시장에서 계열회사 간 지원을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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