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기술 빼내고 거래 끊은 ‘쿠첸’...공정위, 과징금 9억에 법인·직원 檢 고발

이석호 / 기사승인 : 2022-04-20 15:50:57
단가 인상 요청하자 거래선 바꿔...기술자료 빼돌려 경쟁업체에 넘겨
하도급 업체 6곳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 미교부 총 34건 적발

전기압력밥솥으로 잘 알려진 주방가전업체 쿠첸이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그 경쟁업체에 넘긴 뒤 거래선을 새로 확보하자 기존 업체와 거래를 끊어버린 사실이 드러났다.
 

▲ 쿠첸 CI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술자료 유용행위, 기술자료 요구 전 서면 미교부 등 행위로 하도급법을 위반한 쿠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 2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위법성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정도, 위반행위 기간, 의사결정의 주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인과 실무급 직원에 대한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첸은 납품 승인을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로부터 넘겨받은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의 기술자료를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제3의 하도급 업체에 전달해 거래선을 바꾸는 데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쿠첸은 기존 하도급 업체 A사의 경쟁업체인 B사를 신규 협력사로 등록하기 위해 A사로부터 기술자료를 전달받아 B사에 넘겼다.

이후 A사가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쿠첸은 B사와 또 다른 업체 C사에 A사의 기술자료를 넘겨 거래선을 빠르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또 A사와의 거래 규모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계획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쿠첸은 당시 A사와 기존 25%에서 0%로 거래 규모를 줄이는 대신 B사와 기존 12%에서 40%까지 늘리는 운영방안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 10월 쿠첸은 A사에 거래중단 공문을 발송했지만, 이에 A사는 거래중단 의사가 없다고 회신했다. 

쿠첸은 A사의 회신을 내부적으로 공유하면서 “업체에 끌려다닐 수 없으니 업체 변경을 지속 추진해달라”는 내부 회람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1월에는 한 차례 더 A사의 기술자료를 C사에 넘기기도 했다.

쿠첸은 2019년 2월께 A사에 마지막 발주를 내고 거래를 끊었다.

공정위는 “쿠첸이 거래상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수급사업자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향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공 목적과 무관하게 수차례 부당하게 유용했다”면서 “신규 경쟁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하고 거래선을 변경하는 목적을 달성했고 기존 수급사업자와는 거래를 단절한 것으로 볼 때 위법행위의 부당성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아울러 쿠첸은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하도급 업체 6곳에 밥솥 등의 부품 제조를 위탁하고 해당 부품 제작 관련 기술자료 총 34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쿠첸이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요구한 점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법정 사항에 대해 미리 협의해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직권조사를 통해 전기전자업계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적발해 이를 엄중 제재한 것”이라며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평가절하하면서 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유용하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보호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 감시와 제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면서 “올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기술유용 익명제보센터의 제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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