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크래프톤 산하 '수상한 AI 신약개발사' 렐루게임즈

정호 기자 / 기사승인 : 2024-07-02 16: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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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도전장 '개발 장인', 마법소녀 루루핑·스모킹 건 출시
게임 아이디어·개발 아이템 등 수평 구조 제안과 도전 활발

[메가경제=정호 기자] 윗머리가 벗겨진 중년남성이 교복을 입고 낯부끄러운 대사로 적을 공격한다. 유저는 전투에 돌입할 때마다 "월화수목금토일 사랑스러운 마법소녀로 변신할 거야"는 대사를 목청 높여 외쳐야 한다. 적 캐릭터가 마법으로 괴로운건지 아니면 남자의 몰골과 대사에 힘든건지 모를 정도다.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 마법소녀 루루핑)'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흔히 일반 상식의 틀을 깨고 웃음과 재미를 주는 유머를 두고 '약을 먹었다'고 표현한다. 이 게임은 이 독창적인 시스템을 내세우며 '느슨해진 게임씬'에 긴장감을 주는 것과 동시에 AI를 통해 프로그램부터 캐릭터 일러스트까지 일사천리로 개발했다. 개발 일화가 두 번째 충격을 안겨준 이유다.

 

▲ 좌측부터 신승용 개발실장과 김민정 대표가 마법소녀 루루핑의 주인공 판넬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정호 기자]

 

렐루게임즈는 괴작과 대작의 기로에 선 마법소녀 루루핑 이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으로 꾸준한 개발력을 드러내며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탐문을 하듯 AI로봇을 추궁하는 언커버 더 스모팅 건만의 독특한 게임 구성은 이 개발사를 순식간에 '미래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사로 도약시켰다.

 

'메가경제'는 렐루게임즈의 개발 노하우와 생태계·개발 일화 등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민정 대표와 신승용 개발실장을 만나봤다. 

 

◆ 베테랑 개발자에서 AI 분야 '중고 신입'으로 변신...전문가로 진화 중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까지도 렐루게임즈의 딥러닝과 게임의 결합을 '가치 있는 도전'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도전에서 키를 잡은 김민정 대표는 25년차 게임업계에서 잔뼈 굵은 베테랑이다. 엔씨소프트, NHN, 라인게임즈를 거치며 소싱투자부터 팀원을 영입하고 관리해오는 일에 힘써왔다. 

 

게임 개발을 전두지휘하는 신승용 개발실장은 2000년부터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 어린시절부터 꿈꿔왔던 개발자의 길을 걸어왔다. 2015년 블루홀스튜디오에서 테라를 개발했고 딥러닝과 게임을 융합하는 '스페셜프로젝트2'에 합류한 이후 렐루게임즈까지 함께하게 됐다.

 

첫 시작부터 딥러닝과 게임의 결합이라는 막연한 개발 환경에 대해 렐루게임즈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 난관을 앞에 두고 렐루게임즈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정면돌파'다. 김민정 대표는 "게임이 잘될지 안될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며 "다만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평균 연령이 낮지 않은 40명의 인원이 딥러닝과 결합을 고민하며 게임을 개발해 왔다"고 강조했다. 

 

기존 틀을 깨야 하는 개발 방식이 렐루게임즈에게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신승용 개발실장은 "게임은 결국 재미를 느껴야 하지만 딥러닝이 빠지면 안됐다"며 "우선 논문 수준의 딥러닝 구조 파악이 선행됐으며 개발에 돌입했을 때도 프로토타이핑(선행 개발 및 유지보수)을 기록하는 게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마법소녀 루루핑'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비결 


▲ <마법소녀 루루핑 게임 소개 포스터.사진=크래프톤>

 

대중 앞에 나온 처녀작인 '마법소녀 루루핑'은 이 일련의 우여곡절을 거치고 나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실패 전례가 없기에 해결법도 하나씩 알아가야했다는 점이다. 김민정 대표는 "어떤 아이디어에 딥러닝을 입혔을 때 재미가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었고 회의감도 느꼈다"며 "특히 마법소녀 루루핑은 마이크 입력을 해야하는 데 참고 자료도 없을 정도로 장르와 플랫폼 측면에서 망망대해에서 길을 개척하는 것과 같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신승용 개발실장은 "마법소녀 루루핑을 개발할 때 마땅한 노하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프로젝트의 PD부터 디자이너, 음성 녹음 모두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단지 믿어주고 효율적인 판단을 해왔다"고 말했다. 

 

여러 난관에도 마법소녀 루루핑은 스팀에 얼리엑세스(선출시) 됐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에서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다소 낯부끄러운 단어를 녹음하는 가운데 복도 밖까지 소리가 들리는 에피소드를 겪는 사건 등을 겪으며 완성한 게임이었다. 마침내 각고의 노력 끝에 출시된 이 게임은 특유의 게임성으로 렐루게임즈는 향후 IP사업에 대한 기대감 또한 키우고 있다.

 

◆ 마법소녀 아저씨에서 근미래 탐정으로 게임성 180도 변신 

 

마법소녀 루루핑 이후 렐루게임즈는 오픈 AI 챗GPT4-o를 탑재한 '언커버 더 스모킹'으로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이 게임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대상으로 심문하며 사건의 증거를 찾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민정 대표는 "스모킹건을 플레이하신 분들의 지표가 압도적으로 좋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과정 중 새로운 AI 모델 도입하는 것은 장점이 컸다. 신승용 개발실장은 "실제로 챗GPT4-o를 적용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았는데, 그전에 쓰던 모델은 3.5이며 4.5가 반응 속도 면에서 더 이득이 컷다"고 말했다. 

 

그간 AI를 도입하는 시도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계에서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중 질문자가 의도한 대답에서 벗어난 대답을 하는 문제가 빈번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를 '프롬프트엔지니어'라고 지칭하고 있다. 

 

렐루게임즈는 AI를 활용해 개발하는 고군분투를 통해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이 점은 이번 스모킹건을 통해 다시금 증명할 수 있었다.

 

신승용 개발실장은 "AI가 활성화되며 '프롬프트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으로 안다"며 "전문가는 단어가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듯 그 단어가 딥러닝 관련 전문가를 뜻한다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를 전문적으로 노하우나 기술을 습득했으며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개발할 때 개발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언어 모델로 성형하며 기술을 만드는 전문가들로 거듭났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 두 개의 신작은 다만 가능성, 앞으로 가야할 길로 첫 발자국 


▲ <질문에 답변 중인 신승용 개발실장과 김민정 대표.[사진=정호 기자]>

 

렐루게임즈는 쉽게 도전하지 않던 게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기획자나 PD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강도 높은 세미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원들간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도 활발해 이미 30개를 넘었다는 후문이다. 

 

막 성장을 시작했기에 사업성에 대한 고민도 난제로 남았다. 김민정 대표는 "새롭고 신선한 것이 화제가 되지만 사업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직 풀어야할 숙제"라며 "현재는 게임 쪽에서는 혁신이 된 것은 증명됐고 비용적으로 부담이 돼도 계속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개발사에 모인 개발자들은 그럼에도 향후 렐루게임즈가 일으킬 '새로운 돌풍'에 기대가 모인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김 대표는 "우리를 기대하고 지켜보는 분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기존 1년이 뿌듯하고 앞으로 사실 같은 방향으로 믿음을 잃지 않고 재밌는 부분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신승용 개발실장은 "진행 과정 중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이 있었지만 결실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함께 해온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며 딥러닝과 게임의 융합을 최대한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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