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올 지 몰라서 무섭다" 테무, 한국 소비자 뒷전 '실태'

정호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1 16: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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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모델 한혜진, "테무는 복불복"...품질 논란 일상화
아동 물놀이 제품·의류 등에서, 염증 유발 성분 검출

[메가경제=정호 기자] "무, 서워."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한 모델 한혜진이 지은 2행시다. 미흡한 C커머스의 한국 소비자 보호 정책을 꼬집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테무는 글로벌 시험 인증기관을 통한 엄격한 제품 관리를 약속했지만 안전기준이 미달된 제품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결국 한국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기에 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테무를 포함한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33개의 수영복, 수경, 수모 등 어린이용 물놀이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14개 제품이 pH 기준 초과 판정을 받았다. 

 

▲ 테무 앱 이미지.[사진=연합뉴스]

 

섬유제품에서 pH 기준치를 초과하면 강한 산성 또는 알칼리성을 띠게 되어 피부 염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따라 서울시는 즉각 제품 판매 중단을 요청해뒀다. 

 

안전과 직결된 제품 문제는 C커머스의 허술한 품질 관리 정책에서 비롯됐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현재 소비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싼 물건을 구매할 지, 품질 문제를 걱정해 포기할 지 구매 과정에서 갈림길에 놓인 상황이다. 

 

실제로 모델 한혜진은 지난 7월 하순 한 패션 프로그램에서 "들은 소문이 있다. 테무는 뽑기가 아닌가. 곧 복불복"이라며 "뭐가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에도 서울시 조사 결과 어린이용 신발과 의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당시 문제가 된 품목은 어린이용 신발과 의류였으며 전체 24개 중 절반을 넘긴 14개 제품이 국내 안전 기준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시 발견된 제품 중에는 pH 기준치(4.0~7.5)를 초과한 8.9 판정을 받거나, 납 성분이 함께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불과 2개월 사이에 판매되는 검사 물품 중 과반수가 다시 안전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고물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초저가'만 내세운 C커머스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테무는 중국 상인과 국내 개인 간 물품 거래를 연결해 주는 판매 중개업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들의 경우 안전 검사의 허들이 낮고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하루 평균 C커머스를 통해 통관되는 통해  물품이 30~4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이 제품들의 종류도 가지각색이기에 정해진 안전 검사에 소모되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KC 인증과 유사한 CCC(중국강제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과 직결된 C커머스의 제품 안전성 문제는 정부 차원으로도 초점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국정 감사에서,  테무에서 판매되는 의료기기 중 90%가 불법 유통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려우 문한 웨일코코리아(테무 한국법인) 책임자는 "우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려우 책임자의 말처럼 현재로서는 C커머스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안전 가이드 확립이 시급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의 통관 기준 강화를 목표로 삼았지만 세관으로 밀려드는 중국산 제품의 물량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들어오는 제품들은 한국 법인이 있는 경우 안전인증 검사를 거쳐야하지만 C커머스에서 판매되는 물품들은 기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되려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키운다"고 말했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위험 물품에 대한 명확한 감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3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뒤에 '유한회사'라는 상호를 붙여 국내 기업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움직임에는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협력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의 자회사 G마켓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그룹 산하 글로벌 법인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각 50%씩 지분을 나눠 합작법인 설립한 데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테무는 이 노력과 대조적으로 소비자 안전 문제는 뒷전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테무는 글로벌 시험 인증기관과 안전 기준 확립에 투자를 약속했지만, 그 시점이 불투명해 보인다. 

 

윌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테무의 제품 안전관리 미흡을 이유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최종 위반 확정시 테무가 받을 과징금의 액수는 연간 매출의 최대 6% 수준이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EU의 과징금 위험과 마찬가지로 테무와 직결된 안전불감증 문제는 계속 지적되어 온 만큼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한국 시장에서도 테무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물건 판매에만 치중한 중국 기업의 현 시점을 드러내는 일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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