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중국게임 물량 밀물, 인적관리 '역부족'
[메가경제=정호 기자] "중국산 게임이 확률조작 뿐만 아니라 '먹튀'도 가장 많은데 국내 게임들만 제재하는 지 모르겠다. 국내 제도상 허점을 파고들어 중국산 게임들이 유저 '등골'을 빨아먹는데, 법적 규제가 강화돼야 할 것 같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메가경제에 이렇게 성토했다. 확률형 아이템 표시 위반을 자행하는 해외 게임사의 실태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확률형 아이템 표기의무 위반 적발 내역'을 제출 받았다. 이 보고서는 확률 아이템 표기 의무를 무시한 해외게임사의 비중이 과반수인 60%를 넘어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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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에서 2020년 국내 소비자 불편을 조롱으로 응대하고 서비스를 중단해 '먹튀' 논란을 일으킨 샤이닝 니키.[사진=쿠앱] |
조사는 개정 게임산업법이 시행된 3월 22일부터 6월 30일까지 이뤄졌다. 총 96개의 게임사의 위반 사항으로 적발됐으며 이중 해외게임사는 59곳이었다. 위반 건수 261개 중 해외 게임의 적발건수 또한 15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중국 게임사가 22개로 가장 많이 확률형 아이템 표기 의무를 위반했다. 법인 소재지가 홍콩과 싱가포르인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중국기업인 경우가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나라별로는 중국 22개(37%), 홍콩 14개(23%), 싱가포르 7개(12%), 일본·미국 각각 5개, 베트남 2개, 캐나다·튀르키예·이스라엘 각각 한 곳 등이다.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 완료율로 따졌을 때 중국이 50개 중 35개만 시정했으며, 시정 요청 응답에도 2곳이 무응답했다.
중국 게임사가 버젓이 국내 확률형 아이템 표기 의무를 무시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이 미미한 것도 단점이다. 넥슨을 비롯해 웹젠, 컴투스 등 국내 게임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으며 일부 기업은 과징금 철퇴를 맞기도 했다. 문제는 해외 게임사들은 제재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게임정책학회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의 경우는 국내에 상장한 경우도 드물어 감시망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나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기관에서 중국 게임들을 검열하려고 해도 방대한 게임들이 들어오기에 일일히 살펴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은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중국 내 서비스 허가증인 '외자판호'를 발급받는 반면 중국게임의 유입은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 높은 국내 매출 순위 또한 중국 게임 유입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합산한 6월 월간 매출순위에서 중국산 게임인 라스트 워: 서바이벌가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중국 게임들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3위 명조:워더링 웨이브, 6위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8위 버섯커 키우기 등 10위권 내 4개에 육박한다. 중국 게임이 국내에서 많은 돈을 벌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유저들이 보호받을 수단은 미미하다는 단점을 불거지게 만든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게임사들이 짧은 기간 동안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판매한 뒤 갑자기 서비스 종료를 하는 '먹튀'를 지적한 바 있다. 유저 입장에서는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과금만 한 꼴이 될 뿐이다.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가 2020년 국내 소비자 불편을 조롱으로 응대하고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샤이닝 니키가 그 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이미 국내 게임 시장의 상당 부분을 해외 게임이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기업들은 그 의무에서 벗어나 있으며 이는 국내 기업과 산업을 넘어 이용자들 또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국내 모든 게이머들이 공평하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수 의원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해외 게임사 가운데 시정 요청을 하려 해도 연락조차 되지 않는 곳이 있어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 감시 체계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외 게임사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하는 등 실질적인 규제 방안이 신속하게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게임업계 관계자는 계속 피해가 가중됐음에도 제도 마련 속도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국내 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을 규제 산업으로 두는 시각으로 인해 유저들의 받는 피해에는 소홀했던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업계는 물론 정계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 현재에 이르러 제도를 마련하려는 유의미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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