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인터뷰] '2022 서점의 날' 공로상 받은 송파문고 이진표 대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전소로 남고 싶어요"

박정인 객원 / 기사승인 : 2022-11-12 1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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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오프라인 책방을 경영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세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면서 이제 짬을 내어 책을 고르고 구매하고 숙독하는 오프라인 독자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대형서점들조차 경영난에 허덕이다 하나둘씩 문을 닫거나 생존을 위해 매대를 백화점식 구성으로 바꿔가는 현실에서 지역서점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식의 보고이자 마음의 양식인 책을 더 많은 독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동네책방을 꿋꿋하게 지키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가는 서점인들이 있다.
 

▲ 25년 넘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송파문고를 지켜온 이진표 대표. 그간 지역문화의 중심지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11일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송파문고 이진표 대표는 그러한 대표적인 서점인이다.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 소통하는 시간을 꾸준히 마련하는 등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파고사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오늘도 분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1일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개최한 ‘2022 서점의 날’ 기념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지역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전소로 남고 싶다”며 송파문고를 지역문화의 샘터로 가꾸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났다.

- 서점의 날에 공로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 우선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5년 넘게 서점을 운영하면서 지역서점의 고통과 아픔과 기쁨을 같이 하려는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과분한 상인 것 같습니다.

- 서점을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한데요.

▲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은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방문하는 고객과 책에 대하여 나누고 고민하고, 특히 청소년에게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열망으로 시작하였으며 두려움과 떨림과 흥분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오랜 기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셨는데 주민들과 겪은 즐거운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 주민들이 늘 저희 서점에 대하여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청소년기에 다녀간 학생들이 이제는 중년이 되어 다시 찾아와서 지난 일들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히며 이야기를 나누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뭉클합니다. 그들이 생각날 때마다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 서점에 방문한 청소년의 축하를 받고 있는 이진표 대표.

- 2019년부터 ‘심야책방’을 해오셨는데요. 심야책방은 어떤 사업이고 심야책방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 심야책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주관해 지역서점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입니다. 전국의 서점에서 신청을 받아 그중 70개 서점을 선정하여 전국에서 한 날 한 시에 열리는, 지역 주민과 책과 소통하며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행사입니다.

- 심야책방에서 어떤 책을 주민들과 나눌 때 가장 즐거우셨는지요.

▲ 뭐니 뭐니 해도 고전문학 아니겠습니까? 대부분 책을 출간한지 100년도 넘게 지났는데도 지금 이 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며, 시대를 초월한 동일한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불멸의 명작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 “한 사람은 그가 읽은 책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장님은 어떤 책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비교적 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김동인의 단편소설인 ‘광염 소나타’는 두고두고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위대한 작곡을 한다는 내용이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을 주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그 치열했던 장면들이 늘 큰 힘이 됩니다.

-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는 어떤 작품을 꼽겠습니까?

▲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등 대하소설과 수많은 작품을 쓰셨는데 그 중 태백산맥은 민족문제에 대한 숙제를 주고 풀게 하는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만 통일 통일을 부르짖습니다. 태백산맥은 빨치산 편에서 쓴 소설로 인권을 탄압한 전두환 정권 때 발표한 작품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북한을 말하면 밑도 끝도 없이 ‘빨갱이’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가는 민족문제를 말합니다. 양극단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심각하게 통찰합니다.

- 내년으로 5년째 되는 심야책방 계획이 있으시다면?

▲ 고전명작은 네 차례, 철학은 두 차례를 하고, 음악 강연과 미술 강연도 1회씩 진행할 예정입니다.

- 책 읽기에 익숙지 않은 청년세대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옛날 사람들이 부럽다고 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도 엉덩이가 썩을 정도로 공부를 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마땅히 평생을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찾아서 읽는 공부는 깊이도 없고 깨달음도 부족하고 편협한 사고에 빠질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만이 모든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기 바랍니다.

[메가경제=글·사진 박정인 객원기자·단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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