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코리아 "결함 확정 아냐… 인도적 차원에서 협의 진행 중"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지난해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피해 입주민들이 14일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며 본사 차원의 보상을 강력히 촉구했다.
청라 아파트 입주민 40~60여 명은 이날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메르세데스-벤츠 콘퍼런스’ 참석 차 방한하자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행사장 앞에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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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라 주민들이 벤츠 행사장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주민들은 “아파트에 불 지르고 세대 보상은 ‘나 몰라라’냐”, “보상 대책을 제시하라”고 외치며 벤츠 차량에 달걀을 던지고 밀가루를 뿌리는 강경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또 ‘카메라 앞에서는 명품, 피해자 앞에서는 불량품’, ‘책임 회피 말고 피해 보상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벤츠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화재 발생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보상 방안이 나오지 않은 데 따른 입주민들의 절박함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벤츠가 임시 조치로 제공한 대여 차량 126대를 다음 달이면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후 대책이 불투명해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에서 청라 아파트 피해대책위원장은 “까맣게 탄 지하주차장은 1년간 공사 끝에 두 달 전에야 겨우 복구됐다”며 “그러나 놀이터 등 부대시설은 여전히 공사 중이거나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입주민들은 화재 이후 일상생활에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지만 벤츠 측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만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이라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민들은 구체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의 공식 사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피해 보상안 제시 ▲화재 원인 및 배터리 제조사 관련 투명한 진상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차량 결함 여부와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 벤츠 “원인 미규명”… 법적 책임 인정 않겠다는 입장
하지만 벤츠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입주민들과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 등으로 명확히 규명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보상’이라는 표현을 쓰는 순간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신중한 것”이라며 “다만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책임 회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벤츠 측은 다만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도적 차원의 협의를 다각도로 이어가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적 의무가 아닌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법적 책임 인정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뚜렷한 가운데, 대여 차량 반납 시한이 다가오면서 입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화재 원인 규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벤츠 본사 차원의 결단이 없다면 이번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해외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지만, 법적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의지도 강해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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