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경영인 줄 사퇴, 오너 일가만 승진 거듭 '눈총'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전자랜드가 2년 연속 적자 수렁에 빠진 가운데 홍봉철 회장의 장남 홍원표 상무가 실적과 무관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전자랜드의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며 국내외 이커머스 플랫폼들에게 설 자리를 빼앗겼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발생한 총수 2세의 거침 없는 승진 가도이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자랜드 운영사 SYS리테일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22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적자 폭이 2배 이상 확대됐다. 매출은 59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었다. 매출은 지난 2021년 8784억 원을 정점으로 찍은 뒤 계속 줄고 있다.
![]() |
▲ 완전 자본잠식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전자랜드가 '랜드500'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사진=전자랜드] |
업계 안팎에서는 전자랜드가 적자 폭을 키운 주된 이유로 고물가로 인한 불경기, 결혼·이사 수요 감소, 이커머스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이 소형 가전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에 전자랜드를 이끌던 전문경영인들도 줄줄이 옷을 벗고 있다. 2022년 말 전자랜드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였던 옥치국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김찬수 신규사업부문장이 올라섰지만,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취임 6개월 만에 사임했다. 이후 전자랜드 평사원 출신이었던 김형영 대표가 지난해 7월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적자 심화로 언제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홍봉철 회장의 장남인 홍원표 상무는 이러한 실적과 무관하게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1987년생인 홍 상무는 2014년 상품개발팀 과장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2019년 이사로, 올해 1월 상무로 승진하며 입사 6년 차에 회사 중책을 맡게 됐다.
주목할 점은 홍 상무가 승진을 거듭할수록 회사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 2018년 128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홍 상무가 이사로 승진한 2019년에 52억 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영업적자 18억 원을 내기 시작해 2022년 109억 원, 2023년 229억 원으로 영업적자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자산보다 부채가 195억 원가량 많아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전자랜드의 자산은 1787억 원이며 부채는 1982억 원이다.
감사 의견도 부정적이다. 전자랜드 감사를 맡은 광교회계법인은 "전자랜드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296억 원을 기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850억 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영업 경쟁력 강화 등에 따라 재무 상태나 경영성과 등이 큰 폭으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측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적자경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자랜드는 유료 멤버십 매장인 '랜드 500클럽'을 돌파구로 삼을 계획이다. 전자랜드는 전국 109개 매장 중 26개를 유료 회원제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오는 5월에 기존 4개 점의 랜드500 리뉴얼을 확정했으며, 연내에 전국 매장 중 40% 이상을 유료 회원제 매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어려운 가전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는 당사의 유료 회원제를 발판으로 올해 실적 개선을 목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