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안 후보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께서는 안철수나 오세훈 후보의 개인 승리를 바라는 게 아니다. 오직 야권이 이기는 것만을 바라보고 계시다”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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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
안 후보는 이어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며 “시민의 선택과 평가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 조사에 착수하면 월요일에는 단일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일화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 28일 투표용지 인쇄 전날이 아닌, 25일 공식선거일부터 단일후보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제 누가 유리하니 불리하니 그런 이야기 하지 말자"며 "야권 단일후보가 누가 되든 그 후보가 이기면 야권 모두가 이기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세훈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 후보가 제안한 '무선전화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이 결정은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 이 결정으로 제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택되지 못하는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면서도 "서울시장을 탈환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단일화 방식은 전날 오 후보가 제시한 내용이었다. 2개의 여론조사 업체가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1천명씩 물은 뒤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때 유선전화가 10% 정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 후보는 이날 10%를 포기하고 무선전화 100%를 받아들인 것이다.비슷한 시간대 안 후보도 기자회견을 열어 "경쟁력과 적합도를 50%씩 반영하되, 응답자에게 한 항목씩만 물어보고 유선전화 10%를 포함하는 게 (국민의힘) 당의 입장이라고 한다"며 "참 이해하기 어렵지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경쟁력과 적합도 조사 방식에는 의견 접근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요구한 '100% 무선조사'를 받아들이고, 안 후보는 오 후보가 요구한 '10% 유선조사'를 수용하겠다고 나서면서 가장 큰 허들을 넘어서게 됐다.
앞서 양당의 실무협상 책임자인 정양석·이태규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두 후보가 어제오늘 여론조사를 하고 내일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후보등록이 마감되는 19일 오후 6시까지 단일후보를 내려면 늦어도 전날 오전에는 2개 여론조사 업체를 통해 2천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시작해야 했으나 시한을 넘겼다.
하지만 이날 안 후보의 전격 수용 발표에 이어 두 후보가 전화조사 방식을 서로 양보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교착 상태에 빠졌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는 급진전을 이루게 됐다.
일단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실패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오는 24일을 단일화의 새로운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비록 단일화는 늦었더라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5일 전까지 후보 선출을 마쳐야 효과를 그나마 최대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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