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평가 실적 책임 강화", 신한은행 '후선역제도' 부활 추진

문혜원 / 기사승인 : 2024-04-22 1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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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HR '업무잣대 강화' 관련 인사부 리포트 발간
A센터서 '차장'직원' 첫 대상자..."부당하다"반발
"징계·임금피크제대상 가능성 반박" 논란 지속
"구체적 안건 없는 단계…업무제고 전략차원"해명
'업무평가'객관성 문제 "직원 구조조정 신호탄"우려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신한은행이 2019년에 폐지한 줄 알았던 후선(後線, 뒷줄)역제도를 부활한다. 일선 영업점 부서장(지점장)뿐만 아니라 4급 이하 일반직에게까지 실적에 대한 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신한은행이 직원들 대상 업무역량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 '후선역제도'재운영을 검토 중이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후선역'은 말 그대로 창구 일선이 아닌 뒷 선에 배치돼 역할을 맡는다는 뜻이다. 은행권에서는 성과가 낮은 직원들을 업무 후선에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을 임시보직에 배치하거나 급여 등을 줄이는 방식을 동원해 '반쪽짜리 퇴직제도'로 불리기도 한다.

23일 은행권 및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직원들 실적에 대한 업적평가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후선역제도' 인사제도 운영방침을 담은 HR 혁신 리포트를 발표했다. 신한은행이 이 제도를 2025년 1월부터 재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신한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리포트자료는 지난 1월 먼저 게시판에 공문으로 발표됐다. 2월 13일 부서장에게 실적에 대한 강한 책임을 묻는다는 골자의 세부 내용이 일부 공고 됐다.

신한은행 내부 일각에서는 이번 후선역제도 확대 부활에 대해 성과주의로 더욱 심화될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일부 4급 이하(차장 직급 포함) 일반직은 이미 시행 중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현장 직원들은 그간 신한은행 노조에서 후선역제도 시행을 막고자 노력했던 모습이 있었기에 직원들은 유명무실로 운영, 폐지된 줄 알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 A행원은 "이번 HR 리포트를 보니 올해 인사방침 중 하나로 저성과주의 직원 대상 업적평가를 진행해 '개선이 안 되면 퇴직할 수 있다'는 규정을 포함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규정이 나온 직후 올 1월 말 한 금융센터에서 차장 직급에 해당하는 한 직원이 첫 임금 삭감 대상자가 나오면서부터다. 그와 함께 일한 B행원은 "후선역제도 부활하겠다는 인사제도 방침이 나온 직후 후배가(A금융센터 행원) 임금삭감대상자가 되어 기존 임금(80%수준)에서 30%정도 깎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행원 주장에 따르면 임금이 깎이기 전 해당 행원은 노동조합에 강하게 "부당하다"고 어필했다. 이후 노사가 후선역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임금 삭감 대상 직원에 대해 후선역제도와 연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사측은 "이번 후선역제도 시행여부는 아직 검토 단계"라며 "해당 직원은 임금피크대상자이거나 징계대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2월에 공고된 내용의 경우 그동안 느슨해진 영업환경을 위해 실적 개선의 추동력을 얻는다는 판단에서 업무제고 전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임금 삭감 대상 직원에 대한 정보는 자세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간 역대 노조에서 운영을 하지 않는 쪽으로 합의가 있어왔지만, 올해 사측에서 후선역제도를 내년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A금융센터 임금 삭감 사례를 두고 직원들 사이 반응이 엇갈린다. 최근 임금 삭감에 대한 사례는 후선역제도가 안암리에 시행 중이기 때문에 저성과자로 분류돼 임금이 깎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는 가하면, 아직 재운영 되기 전이기 때문에 임금피크대상자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적용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도는 근로자가 정년에 가까운 연령에 도달한 뒤 퇴직 대신 고용을 보장하되 임금을 감축하는 제도다. 통상 은행권에서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연령은 만 56세다.

신한은행은 2015년 '성과 연동 임금피크제'를 도입 후, 2021년부터 차장급 이하 직원은 차등 없이 임금피크제 대상일 경우 임금을 30%깎는 방침을 시행 중이다.

일선 현장 분위기는 후선역제도 부활 소식에 암울하다. 일부 4급 이하 직원들이 이미 대상이 되어  안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호소했다.

후선역제도 부활 배경에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올해 들어 성과 향상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전반적으로 실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선역제도 부활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개별 업적평가에 객관성 결여로 정당성에 의문을 표한다. 후선역에 대한 평가는 비공개로 소수가 결정하는 인사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평가결과와 인사 운영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타 은행권에서도 신한은행의 후선역제도 부활 관련 저성과자들을 퇴출을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석한다. 명목상 일을 제대로 안 해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직원들을 거르는 작업의 일환이라곤 하지만, 아울러 금융권 내 본격적인 성과연봉제 확산 조장은 물론 노사 갈등을 야기해 직원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성과주의로 인한 업무평가제도를 실시 중"이라며 "역량 또는 정성 평가로 구분해 개별 은행에 따라 엄격한 잣대로 진행되는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량평가는 기준이 모호해 부서장 개인 판단에 따라 진행 될 수 있어 불리한 측면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후선역제도는 2010년 무렵부터 고개를 들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밀히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권 퇴출 프로그램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왔다. 2015년~2016년 사이부터는 당국의 성과주의와 맞물리며 변형된 형태로 확대·변경됐다.

신한은행은 당시 성과주의 인사를 강화하기 위해 성과별 임금 차등제 확대를 시행하기도 했다. 임금 차등제의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자 가운데 35%가 우수한 성과를 내 임금피크제 적용을 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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