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플레이션 우려, 농식품부 "국산 우유 원료 사용 낮아" 선 그어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우유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낙농가와 우유업체들의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를 주재료로 하는 우유 제품은 물론 우유가 함유된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 가격이 도미노 인상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가격 인상 요인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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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우유 코너. [사진=연합뉴스] |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올해 원유 가격을 리터당 69~104원 인상하기로 하고 구체적 인상폭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왔다. 지난 19일 원유 가격 2차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논의를 마쳤다. 추가 협상은 오는 24일 오후에 재개될 예정이다. 통상 소위원회가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8월 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존 생산비반 반영해 결정하던 원유 가력 결정 체계를 올해부터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연결해 결정하도록 변경했다.
올해의 경우 원유 리터 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데 제도 개편 전인 리터 당 104∼127원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제한됐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사료비 등의 인상으로 농가의 우유 생산비도 증가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빵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밀크 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주요 식품류의 국산 우유 사용률이 낮은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칠 파급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유와 유제품을 재료로 쓰는 비중은 60% 대의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커피류가 약 31%로 가장 높고, 빵과 과자는 각각 5%, 1%에 그친다.
국산 원유가 너무 비싸 국내산 우유는 식품 원료로 덜 쓰이고, 그 자리를 수입산이 대체하는 실정이다. 국산 원유는 생산량 77%가 흰 우유 제조에 들어가는데, 탈지분유는 국산 원유 사용률이 28%, 버터와 치즈는 6.1%, 1.8%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국산 우유의 비중은 낮아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인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인과관계가 낮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페에서는 국산 절반 값인 수입산 멸균우유가 많이 쓰이고, 아이스크림도 고급 제품이 아니면 수입산 탈지분유가 대부분 사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원유 인상에 따른 우유 가격인상을 빌미로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수의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우유 가격 인상 외에도 폭우로 인해 곡물과 축산물 가격 인상, 흑해곡물협정 종료로 밀과 옥수수 가격 상승 요인 등 원료 가격 상승 압박이 그 어느 해보다 거센 상황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유가공업체들이 그동안 과도하게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며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2018년 이래 원유가와 우유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우유 시장을 독과점해온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3개 업체의 가격 인상률이 원유가 상승률의 2∼3배로 과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비합리적인 가격 인상을 지속하면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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