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최종 의견서 공개 두고도 맞불...'LG-SK 배터리 분쟁'에 속타는 정부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3-05 11:05:49
LG에너지솔루션 "영업비밀 침해 사실 명백히 인정된 것"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ITC가 검증한 적 없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도 양사 간 설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개화로 2차전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호기를 맞은 국내 업체들이 집안 싸움에 매달리는 모습에 정부와 시장은 국익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모양새다.

 

▲ 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최종 의견서(Commission Opinion)를 공개했다.

ITC는 최종 의견서에서 "SK가 LG의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해 관세법을 위반했다"며 "수입금지명령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이 합당한 구제책"이라고 밝혔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 혐의에 대해 "SK의 증거인멸이 고위층 지시로 조직장들에 의해 SK 전사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며,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해 10년을 앞서 유리하게 출발할 수 있었다"는 LG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한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에 각각 부여한 4년과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은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이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TC 최종 의견서를 두고 “개발, 생산, 영업 등 배터리 전 영역에 걸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명백히 인정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이번 ITC 조치는 수입금지로 포드와 폭스바겐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한 판결이라는 주장도 강조했다.

 

▲ 미국 ITC 최종 의견서(Commission Opinion)

이에 SK이노베이션도 즉각 반발 입장을 냈다.

SK 측은 입장문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이 필요없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에 대해 ITC가 검증한 적 없다"고 항변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와 SK는 배터리 개발, 제조방식이 달라 LG의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없고, 40여년 독자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공급 계약을 맺었다"며 해명했다.

또 "ITC는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여전히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LG가 마지못해 줄인 22건의 영업비밀을 지정하면서도 그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ITC 최종 판결 이후에도 양측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자 국익을 위해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는 정부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 정세균 국무총리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정세균 총리는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양사가 백악관을 상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부분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승적으로 합의를 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힘을 합치는 노력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ITC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5일 입장문에서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 시장 내 부당한 경쟁제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지연으로 인한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오염 등 심각한 경제적, 환경적 해악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ITC의 이번 결정은 수입금지 명령 등이 공익(Public Interest)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중재 노력에도 양측의 날선 공방이 잦아들지 않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내달 1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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