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택배노조 교섭 대상이라는 1심 판결 빌미
대리점연합 "소비자 상품 볼모, 대국민 협박 행위“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조합이 오는 26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다시 시작되는 노사‧노노 간 갈등에 국민 택배의 볼모 신세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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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2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유성욱 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가운데)이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의 공동합의문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지난 17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은 CJ대한통운 본부가 오는 26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 요금의 새해 인상분을 배송 기사 처우개선에 쓸 것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다.
이들은 올해 택배비가 박스당 122원가량 인상됐으나 택배기사의 수수료는 월 2~3만 원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쟁의권을 가진 조합원 1600여 명이 참여해 반품‧당일‧신선 배송 등 업무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택배노조는 2021년 CJ대한통운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네 차례에 걸친 파업을 이어가다 지난해 3월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과 공동합의문을 작성하고 파업 종료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합의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쟁의를 반복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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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농성장에서 김종철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회장(왼쪽 3번쨰)와 진경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업계는 회사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대상이라는 취지의 행정법원 1심 판결이 이번 부분파업의 빌미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이 앞서 2021년부터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해 온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까지도 원청이 하청 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회사는 원청이기에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한 각 대리점이 노조의 교섭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1심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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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 CI |
대리점연합은 이번 택배노조의 부분파업이 대국민 협박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리점연합은 “반복되는 파업은 택배 종사자 모두 공멸하는 길”이라며 “소비자 상품을 볼모로 한 대국민 협박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장기간 파업을 이끈 택배노조 강성 지도부가 또다시 조합원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대리점연합 측의 주장이다.
업계는 이 같은 택배노조의 파업이 대다수 택배업 종사자에게도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전면 파업이 아닌 부분파업 혹은 태업의 형태를 취하는 이유도 배송 기사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택배업 종사자는 “(택배노조가) 전면 파업할 경우 결과적으로 모든 택배기사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돼 노조가 힘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택배노조가 반품을 지연시키거나 중량 상품 배송, 오지 배송을 거부하는 등 태업으로 배송 품질을 떨어뜨려 회사의 배송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대리점연합 관계자는 택배노조의 부분파업에 “일상적인 기본 기준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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