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조웅기·최경주 등 창업주역들 일선에서 퇴진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미래에셋그룹이 창업세대 경영진의 퇴장과 새로운 부회장 선임을 기점으로 세대교체와 조직개편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6명의 부회장을 포함한 신규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향후 10년 이상을 준비하는 2기 전문 경영체제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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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그룹이 창업세대 경영진의 퇴장과 새로운 부회장 선임을 기점으로 세대교체와 조직개편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사진=미래에셋증권]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6년 전 창업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고민이 세대교체”라며 “인간적인 번민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향후 10년이상을 준비하는 전문 경영체제를 출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또 “이번에 퇴임하는 창업 멤버들과 깊은 인간적인 신뢰가 함께 했던 시절을 간직하고 그들의 그룹에 대한 헌신에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우선 이번 경영진 교체로 이정호·스와럽 모한티(Swarup Mohanty)·허선호·김미섭·이준용·김재식 등 6명이 새로 부회장으로 승진 선임됐다. 반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을 포함해 조웅기 부회장과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등 창업 멤버들은 일선 경영에서 손을 뗀다.
신임 등기이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과 임시 주주총회 승인절차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며 퇴임하는 창업 멤버들은 전직 임원으로 예우를 받아 고문으로 위촉된다. 미래에셋그룹은 내달까지 일부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를 진행해 새 체제 구축의 기반을 다진다.
이번 경영체제 개편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평소 기업의 역동성을 강조해온 경영철학에 따른 중량감 있는 결단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역동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에셋의 의자는 누구나 앉을 수 있다”라는 발언 새삼 주목된다.
무엇보다 이번에 새로 등용된 부회장 6명 등 경영진의 경력과 면모는 앞으로 미래에셋그룹이 추구하려는 경영전략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김미섭 신임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 대표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사업을 총괄해왔다.
허선호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 WM사업부를 총괄해 연금·해외주식·디지털 등 리테일 사업의 성장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정호 부회장의 경우 홍콩법인 CEO(최고경영자)로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 담당할 예정이다.
또 이준용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하며 멀티운용부문을 총괄해 글로벌투자와 ETF(상장지수펀드) 등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와럽 모한티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대표이사에서 승진했다. 그에게는 인도 현지사업을 이끌어가며 향후 미래에셋그룹의 중점사업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큰 미션이 주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김재식 부회장은 미래에셋생명 사장에서 승진했는데 풍부한 자산운용 경험을 토대로 국내에서 독보적인 변액보험 시장의 우위를 확보·유지해온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들 6명의 부회장을 중심으로 미래에셋그룹의 2기 전문 경영체제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미래에셋그룹은 증권·운용을 포함한 핵심 계열사 위주로 각사별 20∼30명 가량의 CEO 후보군을 선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각사 CEO 후보군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외부 검증을 통해 자격조건을 체크 하고 일련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글로벌 AMP 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데 김미섭·이준용·스와럽 모한티 3명의 신임 부회장을 포함한 8명이 선발돼 미국 하버드·스탠퍼드대에서 연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현주 회장은 추후 글로벌 AMP 프로그램을 확대·강화해 그룹의 부문 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상무급으로 넓히고 이사 역할 수행이 가능토록 부장급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계획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실력을 중심으로 국적 불문, 직급과 나이를 넘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부사장 3명의 면면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안인성·구용덕·김남기 신임 부사장은 70년대생으로 향후 미래에셋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실질적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안인성 부사장은 NH투자증권 재직 당시 리테일 디지털 솔루션 ‘나무(Naumuh)’를 만든 성과를 인정받아 2년 전 미래에셋 디지털 부문 대표로 영입됐다. 이후 신규 MTS를 출시하며 성장성을 인정한 미래에셋그룹은 그의 디지털 솔루션 개발능력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구용덕 부사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주식과 리서치 부문 대표로 탁월한 실력과 남다른 명성을 쌓아왔다. 김남기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재직시절 KODEX를 선보인 주역으로 미래에셋그룹에 영입된지 4년째 부회장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김 부사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시장에서 패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창출한 바 있다.
더불어 박홍근 미래에셋증권 IT부문 대표와 한현희 글로벌마켓본부장 등 새로운 세대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창업과 수성을 넘어 세대교체를 통해 경영혁신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며 “미래에셋의 새 경영진이 어떤 실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형 뮤추얼 펀드로 증권가의 신화를 만들어낸 박현주 회장의 명성처럼 과감한 결단”이라면서도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새 도전이 필요하고 모험도 감수해야 하는데 일부 신세대 영웅적인 경영자들에게만 부담이 쏠리는 문제 역시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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