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우리 집 앞에 SMR?’…AI 열풍이 부른 원전 유턴 현상

박성태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9 13:52:17
빅테크발 전력난에 탄소중립 대안으로 부상…MS·구글·아마존 '원전 동맹' 가속화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 가능한 유일한 대안,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으로 등극
안전성 우려와 폐기물 처리 등 리스크 상존…수주 경쟁 속 '에너지 주권' 확보가 관건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경쟁에 사활을 걸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전력 확보' 전쟁이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구동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가 '전력 먹는 하마'로 부상하자, 탄소중립과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자력 발전,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이 부활하고 있다.

 

▲ 미국 와이오밍주(州)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빅테크가 쏘아 올린 '원전 르네상스'…데이터센터가 판 바꿨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25년 9월, 1979년 사고 이후 폐쇄됐던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키 위해 현지 에너지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 역시 올해 초,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가 건립할 6~7개의 SMR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구매키로 했으며, 아마존 또한 탈렌 에너지의 원전 데이터센터를 인수하며 에너지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원전 유턴'의 배경에는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와 AI, 가상자산 관련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올해는 최대 1050TWh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일본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기후에 따른 변동성이 커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기저 부하(Base Load)'를 제공키 어렵다는 한계가 원전의 몸값을 높였다.


◇ 왜 SMR인가?… 분산형 에너지와 '우리 집 앞' 원전의 현실화
 

전통적인 대형 원전 대신 SMR이 주목받는 이유는 경제성과 유연성 때문이다. 대형 원전이 통상 1000~1500MW(메가와트)급인 데 반해, SMR은 300MW 이하로 제작된다.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다. 무엇보다 냉각수가 적게 들어 내륙에도 설치할 수 있어, 전력 소비처인 데이터센터 인근에 바로 지을 수 있는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제도적 정비가 한창이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SMR 1기 도입을 반영했으며,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등 글로벌 SMR 선두 주자들과 전략적 협력을 맺고 기자재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장밋빛 전망 뒤에 숨은 '리스크'와 과제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대중적 수용성이다. SMR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다고는 하나, '우리 집 앞'이나 '도심 인근 데이터센터' 옆에 원전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요원하다.
 

실제 미국의 뉴스케일파워가 진행하던 첫 SMR 프로젝트는 건설 비용 상승과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지난 2023년 11월 중단된 바 있다.
 

또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확보 문제는 여전히 '폭탄 돌리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원전 유턴의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독자 기술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 역시 시급한 과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올해 3월 열린 '미래 에너지 포럼'에서 "AI 패권은 곧 에너지 패권이며, 원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진단하면서도, "단순한 건설을 넘어 폐기물 처리와 안전 규제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국가가 향후 50년의 에너지 주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원전 유턴' 현상은 기술의 진보와 에너지 안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과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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