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관련한 전략적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예상과는 달리 이날 삼성의 ARM 인수와 관련한 대화가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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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2019년 7월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회동 장소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지난 4일 오후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면담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르네 하스 ARM CEO 등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ARM의 지분 매각이나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 투자) 등 기업 인수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ARM 매각보단 삼성전자와의 중장기적 협력 방안 논의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이번 (한국)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몸값과 까다로운 반독점 심사 문제 등으로 삼성전자의 ARM 단독 인수가 어렵다고 손 회장 측에서 판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ARM을 660억 달러 규모에 인수하려 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산업 영향력이 큰 기업의 인수합병에 따르는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손 회장은 ARM을 매각하는 대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 역시 세계 각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전망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부터 컴퓨터 CPU를 아우르는 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이 회사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삼성‧퀄컴‧애플 등이 생산하는 자사 AP도 모두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손 회장은 지난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해 지분 75%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25% 역시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가 보유 중이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합작한 세계 최대 기술 펀드다.
손 회장이 지난 2020년 위워크 등 잇단 기업 투자 실패로 천문학적 손실을 내면서 자금 조달을 위해 ARM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 도래로 ARM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IoT 기기의 대중 보급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재매각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전용 차세대 AP의 개발 능력 강화와 자체 AP ‘엑시노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ARM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또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만큼 삼성전자의 ARM 인수에 상당한 무게가 실린 상황이었다.
앞서 손 회장은 2019년 방한 당시 이 부회장을 만나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중남미‧영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기자들에게 “다음 달 손정의 회장이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말하면서 삼성의 ARM 인수설이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만남에서 빅딜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양측의 협력적인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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