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상은 '노매드랜드'에 돌아가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영화 데뷔 50년을 맞은 74세의 배우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과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 연기상을 수상한 건 윤여정이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감독상 수상 이후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루며 2년 연속 한국 영화계의 저력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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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LA 유니언 스테이션의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계 연기상 수상자로는 영화 ‘사요나라’로 1958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일본의 고(故)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다.
윤여정은 또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77세에 수상한 '인도로 가는 길'(1984)의 페기 애슈크로프트, 74세에 수상한 '하비'(1950)의 조지핀 헐에 이어 세 번째(만 나이 기준 73세)로 나이가 많은 수상자이기도 하다.
볼티모어선지 등 현지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윤여정은 시상자인 배우 브래드 피트에게 ”반갑다 브래드 피트, 이제야 만나게 됐다“며 특유의 여유 있는 화법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난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고 그저 텔레비전으로만 (아카데미시상식을) 봐왔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잠시 마음을 좀 가다듬겠다“라고 긴장한 기색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경이로운 미나리 가족들(wonderful ‘Minari’ family)“에게 영광을 돌렸다. 특히 그가 ‘캡틴(captain)’으로 부르는 정이삭 감독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다른 배우들에 대해선 "우리는 서로 다른 역할을 연기했기 때문에 서로 경쟁할 수 없다“며 ”오늘 밤은 단지 제가 여러분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언급했다.
윤여정과 이번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경쟁한 이들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로 모두 쟁쟁한 연기파 배우이다.
하지만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와 뉴욕타임즈 등은 이미 윤여정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예측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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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에서의 열연으로 한국인 최초 오스카 연기상을 수상했다. [판씨네마 제공=연합뉴스] |
윤여정이 열연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감독상 후보에도 올라 수상 가능성이 주목받았으나 감독상은 결국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 돌아갔다.
윤여정과 함께 ‘미나리’에서 연기한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은 아시아계 미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으나 이번 남우조연상은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에게 돌아가며 최고령 수상자를 탄생시켰다.
앞서 윤여정은 ‘미리 보는 오스카’라 불리는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상 수상이 점쳐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 Screen Actors Guild Awards)은 1995년부터 시작된 배우조합 주최의 시상식이다. 선정 위원 명단이 아카데미 회원과 많이 겹쳐 할리우드에서는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예견할 수 있는 ‘미리보는 오스카’로 꼽힌다.
그런 만큼 당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있는 윤여정의 수상 가능성이 한층 더 탄력을 받았다고 평가됐었다.
이달 11일(현지시간)에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는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이라는 표현으로 특유의 여유와 유머 감각을 발휘해 시상식이 열린 런던 로열 앨버트 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당시 버라이어티를 비롯한 외신들은 윤여정의 센스있는 수상 소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윤여정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게 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착용한 의상으로도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 브랜드 ‘마마르 할림(Marmar Halim)’의 짙은 네이비색 계열 롱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마마르 할림은 윤여정이 지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보인 디올 드레스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평소 패셔니스타로도 불리는 윤여정이 선택한 만큼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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