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소감에 담긴 '따듯한 배려와 날카로운 풍자'

김형규 / 기사승인 : 2021-04-27 01:33:31

윤여정이 영화 시상식 최고봉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위트 넘치는 뼈있는 입담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길이 남을 추억을 선사했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 연기상 수상 소감으로 동갑내기 경쟁자를 따듯하게 위로함과 동시에 미국 영화계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던졌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윤여정은 이번 수상 소감에서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경쟁하고 이길 수 있겠느냐”며 “그저 오늘밤은 내가 운이 더 좋았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한국배우를 미국인들이 반겨서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여정은 이번 여우조연상 후보에 함께 올랐던 쟁쟁한 후보 넷 중 글렌 클로즈 만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글렌 클로즈는 윤여정과 같은 1947년생 동갑 배우로 윤여정보다는 다소 늦은 1974년 연극 ‘러브 포 러브(Love for Love)’로 데뷔한 이후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는 이번을 포함 무려 8번이나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아직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윤여정은 8번째 기회에서도 자신에게 상을 양보하게 된 또래 배우에게 존경과 겸손을 담아 위로의 말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저 운이 좋았다"며 던진 소감에는 윤여정 특유의 날카로운 해학이 살아 있었다. 

"미국인들이 한국배우를 반겨서일지도 모르겠다"는 표현은 겸손인 동시에 현재 할리우드의 경향을 풍자한 재담이기도 하다.

최근 4년 사이 미국 영화계는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로 불리는 분위기가 주도하며 기존 미국인, 백인 중심 영화들 보다 상대적으로 다른 민족, 유색인종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방향으로 변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거치며 미국 내 인종차별과 국수주의적 경향은 뚜렷해졌고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높아졌다. 이러한 퇴행적 경향은 이슈에 민감한 문화예술계의 반발심을 자극했고 소외받던 유색인종 영화 등에 대한 관심으로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아카데미 감독상은 지난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에 이어 올해는 '노매드 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돌아가며 2회 연속 아시아계가 차지했고,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역시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특히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안소니 홉킨스와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면 윤여정이 소감에서 “한국배우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라 표현한 부분에는 유색인종에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최근 아카데미의 경향에 대한 어느정도의 풍자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윤여정은 앞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영국인을 "고상한 체(snobbish)" 한다고 비유하며 관중 및 외신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낸 바 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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