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뛰어도 소비자 지갑은 안 열린다…유통가, 월드컵 특수 실종에 '한숨'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4 10: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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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응원용품 매출 급증 공식 깨져
소비심리 위축에 기업들 “대규모 판촉도 부담”
편의점·마트 중심 할인전…4년 전 카타르 월드컵과 대조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지만 유통업계의 분위기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와 사뭇 다르다. 경기 시간이 평일 오전에 편성된 데다 소비 침체와 음주 문화 변화가 겹치면서 전통적인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모습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그나마 월드컵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체험형 팝업스토어 '카스 FIFA 월드컵 팬 베이스캠프'를 운영한다.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단체 관람 행사를 열고 수도권 주요 스포츠 펍과 식당 5곳을 '카스 뷰잉펍'으로 운영하는 등 응원 마케팅을 전개한다.

 

▲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지만 유통업계의 분위기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와 사뭇 다르다. 경기 시간이 평일 오전에 편성된 데다 소비 침체와 음주 문화 변화가 겹치면서 전통적인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모습이다. [사진=오비맥주]

 

팝업스토어에서는 축구 게임과 응원 콘텐츠를 비롯해 월드컵 한정판 '원팀 에디션'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국가대표 선수 사인을 캔에 레이저 각인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축구 크리에이터와 해설위원, 전직 국가대표 선수 등이 현장을 찾아 응원 분위기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별도의 월드컵 캠페인 대신 손흥민 선수를 앞세운 '테라 X SON7 에디션' 마케팅에 집중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월드컵 마케팅에 나서기보다 대표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주류 소비 감소가 이같은 흐름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소비 지출도 감소세다. 국가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의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 201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치킨업계 역시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치맥 수요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따른 원가 부담과 소비심리 위축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멕시코에서 오는 12일 오전 11시 체코전, 19일 오전 10시 멕시코전, 25일 오전 10시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치른다. 직장인과 학생들이 시청하기 어려운 시간대라는 점에서 야간 응원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4년전 카타르 월드컵 당시와 대조적이다. 당시 치킨업계는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교촌치킨은 최근 신제품 ‘블랙시크릿’ 새 TV 광고를 공개하고 월드컵 응원쿠폰팩을 준비했다.

 

당시 교촌치킨은 자사 앱에서 블랙시크릿오리지널을 주문하면 퐁듀치즈볼R을, 블랙시크릿순살 주문 시 국물맵떡을, 블랙시크릿콤보를 주문 시 포테이토칩스를 증정했다. 여기에 내 블랙시크릿 시리즈 메뉴 3개를 모두 주문하면 폐유로 만든 축구공 모양의 친환경 비누를 4000명에게 선착순 제공했다.

 

bhc치킨은 치킨 메뉴와 하이트진로의 테라 병맥주 2병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파이팅 세트를 출시하고 승리기원 치맥 페스티벌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bhc치킨의 시그니처 메뉴인 뿌링클과 맛초킹을 비롯해 골드킹, 치퐁당, 포테킹 등을 포함한 모든 치킨 메뉴가 프로모션 대상이었다.

 

BBQ는 당시 신제품 ‘자메이카 소떡만나 치킨’을 출시했다. 

 

▲ 치킨업계 역시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치맥 수요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 대부분은 치맥을 즐기기 적합한 시간대에 진행됐다. 조별리그 1, 2차전은 저녁 10시에 3차전은 자정에 진행됐다. 이에 따라 해당 시즌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인 BBQ와 교촌치킨, BHC 등의 매출은 각각 1.7배, 1.4배, 2배 가량 증가한 바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4년전 월드컵 시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활발한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대표팀 경기에 대해 기대가 낮고 예전보다 국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걸 체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오전 시간대 경기가 많아 기존 야식·치맥 중심의 소비 패턴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월드컵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다양한 형태의 관람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경기 생중계뿐 아니라 퇴근이나 하교 이후 재방송을 시청하거나 가족·지인들과 소규모로 모여 경기를 즐기는 수요도 형성될 수 있다"며 "실제 매출 영향은 경기 일정과 대표팀 성적, 소비자 관람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은 경기 시간이 과거 대회와 달라 야식 수요와 직접 연결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며 "생중계 외에도 재방송 시청, 응원 문화 확산, 가족·지인 모임 등 다양한 소비 접점이 존재하는 만큼 매출 효과는 여러 변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대회가 실제 매출 특수로 이어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은 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치킨·피자·맥주·안주류 할인 행사를 마련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수입맥주, 냉동치킨, 스낵류 등을 중심으로 응원 먹거리 할인전을 진행한다.

 

식품·소비재 기업들도 간접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손흥민을 모델로 한 월드콘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며, LG생활건강은 FIFA 공식 파트너 브랜드인 코카콜라와 연계한 월드컵 트로피 전시 및 스페셜 패키지 행사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집관족을 겨냥해 스낵류 할인 행사를 마련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4년 전과 비교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월드컵 열기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흥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워 관련 행사와 굿즈 운영에도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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