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10곳 중 9곳 "비금융업 칸막이 규제 경쟁력에 불리"

정진성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1 13:52:46
  • -
  • +
  • 인쇄

[메가경제=정진성 기자]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금융회사들이 규제로 인해 비금융업을 충분히 영위하지 못하면서 금융업 경쟁력 전반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표=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21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회사의 非금융업 영위현황과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금융회사의 88.1%가 해외 금융회사 및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 있어 비금융업 진출을 막는 국내 칸막이규제가 금융업 경쟁력에‘불리하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 금융회사 71.5%가 비금융업종도 함께 영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비금융업까지 영위하는 금융회사(39.5%)보다 금융업만 하는 회사(60.5%)가 훨씬 많았다.

 

규제 개선을 위한 구체적 정책과제로는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범위 확대’(55.2%)가 첫 손에 꼽혔다. 이어‘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비금융업종 범위 확대’(53.3%)와 ‘비금융사 출자한도 완화’(41.9%),‘혁신금융서비스 개선’(40.0%), ‘금융회사의 본질적 업무 위탁 허용’(31.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과제 중 금융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부수업무 범위를 제한적으로 열거한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 등은 이미 정부에서도 발표된 적이 있으나 이후 논의가 중단되거나 추진동력을 잃은 상태다.

 

금융산업에서 실험적 사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해서도 응답기업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국내 한 투자회사 C사 임원은 “이미 IT 관련 사업을 샌드박스 지정받은 다른 금융회사와 향후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나 샌드박스 기간 중간에 참여할 수는 없었고, 2년이 지나도 관련 법제도는 마련되지 않아 해당 산업이 도태 위기”라며 “이런 식이라면 초반 모험을 감수하고 나서는 혁신 중소기업보다 후발로 대규모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에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비금융업을 통해 다양한 경제·사회적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JP모건체이스의 자회사 체이스은행은 여행 플랫폼 ‘Chase Travel’을 출시해 신용카드업과 시너지를 창출하며 2023년 미국 5위 여행사로 성장시켰다. 또 모건스탠리 그룹도 2019년 이후 4개의 헬스케어기업을 직접 인수해 해당 분야의 M&A 추진 및 자문 등을 선도하고 있다.

 

외국에서 이런 비금융업 투자가 가능한 이유는 규제 개선 노력에 있다. 미국은 은산분리 원칙이 있으나 금융현대화법(1999)에 의해 은행지주회사 중 일정한 자본적정성 등을 갖춘 금융지주회사들은 금융업을 보완하는 비금융업무를 직접 영위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2016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핀테크기업에 대한 출자제한을 완화했고, 부수업무 범위를 계속 확대하면서 은행들이 지역상사와 광고업, 인력소개업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금융-비금융 간 칸막이가 높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사 주식을 5%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고, 자회사 경영관리 등을 제외하고는 영리목적의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도 없다. 또 은행·보험회사의 경우 비금융사에 대해서는 15% 출자제한을 두고 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진성 기자
정진성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대한항공, 2026년 공개 채용 시작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대한항공이 항공 산업을 이끌어갈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2026년 공개 채용에 나선다고 22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9월 22일(월)부터 대한항공 채용 홈페이지에서 신입사원·전문인력과 신입 객실승무원 채용을 위한 지원서 접수를 진행한다. 신입 객실승무원 접수 마감은 10월 13일 오후 6시까지이며, 신입사원·전문인력의 경우 10월 14

2

SKT, 장기 우수 고객 SK나이츠 홈경기 초청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SK텔레콤은 2025-2026 프로농구 시즌을 맞아 장기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인기 프로농구(KBL) 구단, SK나이츠 서울 홈경기 초청 이벤트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고객 초청 경기는 10월부터 11월까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일곱 차례의 SK나이츠 서울 홈경기에서 진행되며, 추첨을 통해 총 1750명의 고객을 초청할 예

3

KT 폐기 서버 로그 백업 존재…해킹 단서 될까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미국 보안전문지 프랙이 제기한 KT 해킹 의혹과 관련해 회사가 이미 폐기한 것으로 알려진 서버의 로그 기록이 별도로 백업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국내 통신사 해킹 수법을 잡는 새로운 단서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KT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KT는 지난 15일 폐기된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